Page 7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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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미국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지난 3월 19일로 이라크와의 전쟁 10주년을 맞은 미국은 승전국이 아니다. 독
재자로 지목된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지만, 그 대가로 미군 4천 500여 명이 목숨
을 잃었다. 또 2조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200조 원을 날렸다. 앞으로 이라크를
유지하려면 또 2조 달러가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도합 4조 달러면 금년도 우리
정부예산이 342조 원이니 우리나라를 13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다.
이라크의 피해도 컸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라크인은 민간인을 포함해 17
만 6,000~18만 9,000여 명으로 추산됐지만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40~50만 명으
로도 올라간다.
하지만 미국이 진정으로 잃은 것은 돈과 사람이 아니다. 문제는 이슬람에 몰
아친 반미와 반기독교 감정의 확산이다. 미국이 군사력만으로 이들을 지배할 수
는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미국의 꿈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은 졌다’라는 교훈, 포린폴리시(FP)가 분석한 ‘이라크에서 얻
은 10가지 교훈’의 제1조다.
2005년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는 “지난 60년간 미국
이 중동국가에 민주주의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안정을 얻으려 했지만, 둘 다 이
루지 못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이는 미국이 겪고 있는 딜레마의 순수한 고백
이었다.
2012년 8월 하와이 복귀를 20일 앞둔 그레고리 상병(당시 21세)은 근무지인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주의 부대 내에서 자신이 직접 훈련시키던 아프간 보안군
소속 병사가 쏜 총에 동료 미군 2명과 함께 희생됐다. 탈레반이 아닌 정부군에
당한 것이다. 미국 군사평론가들은 이것을 ‘내부자공격’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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