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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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生·생), 여름철에는 기르고(長·장), 가을철에는 열매를 맺고(斂·염), 겨울철에
는 저장(藏·장)을 하는 우주 만물의 변화작용이 그래서 생겨나는 것이다.
겨울은 죽은 계절이지만, 그러나 죽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는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 봄의 시작을 무한한 공간인 우주가 공인하는 시간이 바
로 춘분이다. 우리 인생의 봄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나의 죽은 사상을 온 우주에 휘몰아다오
새로운 탄생을 재촉하는 시들은 낙엽처럼
그리고 이 시의 주문으로
마치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내 말을 인류 사이에 뿌려다오
잠자는 대지에서 내 입을 통해 전해다오
예언의 나팔이 되어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쉘리(P.B. Shelly)의 연작시 「서풍(書風)에 부치는 노
래」의 마지막 부분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나
왔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말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그 지구 속의 모든 것이 순환한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여름이 오면 동구 밖 과수원 길에서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면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으며, 곧 겨울
이 와서 앙상한 겨울나무가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
66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