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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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뼈저리게 겪은 사람이라야 봄을 안다. 꽁꽁 얼어붙어 몸이 움츠
러진 경험을 겪어볼수록 햇볕의 따스함을 안다. 동아시아 대륙 대부분의 국가와
민족이 중화 문명에 흡수되어 현재 중국 영토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만이 유일하게 독립국가로 존재하는 이유는 그 같은 ‘홍익인간’들이 많이 있었
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선 국가의 지표가 있기 때문이
다. 즉 우리나라 국기의 중앙에는 태극이 있다. 그래서 태극기다. 나는 태극기를
볼 때마다 창조적 인간형인 ‘홍익인간’을 떠올리게 된다. 중앙의 태극은 부드러
운 물결과 같이 굽어지지만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진 디자인이다. 그 안에는 음
(陰)과 양(陽)의 우주변화와 진리가 모두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인생의 변화
도 바로 그 속에 있다.
태극기를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로 보자. 우리는 태극기를 그릴 때 중앙
의 둥근 원부터 그린다. 그것이 무극(无極)이다. 그다음 동근 무극 안에 곡선의 태
극선을 그려 넣게 되는데 그 처음 시작점이 바로 춘분(春分)이다. 그리고 부드러
운 반원을 따라 밑으로 내려오다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그 가장 낮은 지점이 바로 하지(夏至)다. 또, 부드러운 반원이 태극 원의 중앙에 이
르는 곳이 바로 추분(秋分)이며,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 지점이 동지(冬至)다. 그
렇게 춘하추동은 순환한다.
내일(3월 20일)이 바로 태극의 시작점인 춘분이다. 그 날은 우주 만물의 시간
과 공간의 출발점이 된다. 그래서 양(陽)의 낮과 음(陰)의 밤이 길이가 정확히 같
다. 추위와 더위를 가르는 온도도 같다. 이 춘분은 바로 자미원(紫微垣)에서 컨트
롤하는 우주의 변화에서 나왔다. 낮에 뜨는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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