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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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과 제2 광개토대왕 시대의 논리
진부하게 되풀이되는 역사의 가설이 하나 있다. 신라 대신 고구려가 삼국통일
을 했더라면 우리나라의 영토가 만주를 포함해 시베리아까지 넓어졌을 것이라
는 상상이다. 그런데 신라가 통일의 주역이 되는 바람에 대동강과 원산만 남쪽
만 차지하게 됐다고 아쉬워한다. 잃어버린 땅에 대한 한탄이다. 일부는 이런 미
련을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가 모든 것을 보여 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신라가 통일했다는 그 ‘결과’는 군사력과 정치력은 별개라
는 사실을 보여준다.
군사력만 본다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서 그들 나라를 미
국에 편입시키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일 것이다. 또 코앞에서 늘 말썽을 피우는
쿠바 정도는 당장 한입에 삼켜버려도 될 만큼 간단한 작업일 수도 있다. 문제는
점령 그 이후다. 힘으로만 상대를 지배할 수 없는 것이 인간세계다. 상대가 인정
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미국은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
고 있다. 2001년 10월 전쟁에 들어가 반미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정권을 세웠
지만 지금까지 모두 2천여 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게릴라 세력인 탈레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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