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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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63)스페셜3_최종_월간사진  2018-07-19  오후 4:01  페이지 161



















                                                                              그녀가 만든 비너스는 생김새 하나하나가 저마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좇는 외
                                                                              모지상주의 사회, 그리고 과도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가
                                                                              일상이 된 이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그리 유쾌하
                                                                              지만은 않다. 데비 한의 다른 여신 시리즈 <Seated three
                                                                              graces>를 보면 이번엔 서구적인 비너스상 얼굴에 친근한
                                                                              옆집 아줌마의 몸을 결합시켰다.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이 작품 역시 같은 맥락이다. 타자화된 미를 비판적으로 바
                                                                              라보는 그녀는 서구문화가 구축해놓은 비너스에 대한 환상
                                                                              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그녀의 조각들은 ‘지금 모습 이대로
                  특유의 풍만한 몸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재해석한
                  페르난도 보테로의 모나리자. Fernando Botero, Mona Lisa, 1978            모두가 비너스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데비 한처럼 여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재해석한 또 다른 작
                                                                              품이 있다. 바로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나
                                                                              나> 연작이다. 이 여인상은 마치 꿈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알록달록하고 지나치게 풍만하다. ‘나나’는 작가가 투영된
                                                                              자화상이자 자유롭고 당당한 여신이다. 또한 생명력 넘치
                                                                              는 여성의 원형이다. 조신하거나 우아하지는 않지만, 당당
                                                                              하고 생기발랄한 <나나>를 통해 니키 드 생팔은 그리스의
                                                                              고전미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여성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의 조건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12세 모나리자
                  >(1978)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황금비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빵빵하게 부풀린 보테로
                  의 모나리자는 귀엽고 유머러스하다. 그는 고전 명화 속 인
                  물들에 특유의 풍만하고 육감적인 양감을 부여해 자신만의
                  언어로 재탄생시킨다.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그림을
                  ‘키치’로 폄하하기도 했다. 아마 그들의 눈에 비친 뚱뚱한
                  인체는 현대 서구 사회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촌스
                  러운 이미지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테로가 그린
                  살집 있고 거대한 인물은 사이즈 제로를 이상적으로 생각
                  하는 이 시대에 다른 미의 기준을 제시한다. 보테로의 작업
                  을 단순히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으로만 볼 수는 없겠지만,
                  그가 인체를 이처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바탕에는 작가만
                  의 철학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서양 미의 표본인 비너스상을 개성 있는 얼굴로 바꿔 정형화된
                  조금 더 직접적으로 미에 관한 규격화된 이데올로기를 비                               미의 기준에 대해 묻는 데비 한의 조각. Debbie Han, Terms of Beauty, 2010
                  판적으로 바라본 아티스트로는 데비 한(Debbie Han)을 꼽                          서구적인 얼굴에 전형적인 아줌마 몸매를 한 여성상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Debbie Han, Seated Three Graces, 2009
                  을 수 있다. 그녀의 <미의 조건(Terms of Beauty)> 작품 속
                  비너스상의 얼굴을 찬찬히 보면 뭔가 이상하다. 매부리코,
                  작은 눈, 넓은 코볼, 두껍고 큰 입술, 우리가 알고 있는 비너
                  스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데비 한은 서양미의 표본으로
                  삼는 비너스상의 얼굴을 다양한 국적의 개성 있는 이목구
                  비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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