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PHOTODOT 2017년 8월호 VOL.45 Jul
P. 77
Swimmer Under Water, Esztergom, Hungary 1917
©Ministère de la Culture et de la Communication - Médiathèque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 Dist. RMN-Grand Palais /
Donation André Kertész
아방가르드적 실험의 시작
1894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앙드레 케르테츠는 1912년 처음으로 카메라
"좋은 사진은 우리 눈에만 뭔가를 전달하는 것이 아 를 구입한 후 마치 일기를 쓰듯 전원의 목가적 생활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니라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을 촬영했다. 특히 남동생 예뇌를 비롯한 가족들, 친구들은 작가의 모델로서
두 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시각은 항상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
이미지와 영혼 사이를 오간다.“ 헝가리 군으로 징집된 그는 전장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는데 드라마틱한
전투 장면보다는 군인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이 시기
부터 케르테츠 사진에는 휴머니즘적 감수성과 아방가르드적 실험성의 전조
가 동시에 드러난다. 사진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자유로운 사고와 감
독학으로 사진을 익힌 케르테츠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표 성에서부터 발원하는 영감을 기반으로, 자신이 애정을 두고 있는 사람들과
현한다”라는 자신의 작업 원칙에 충실하며 사진 매체의 잠재적 표현 가능성 사물과 풍경들을 시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고자 다양한 방식을 모색했다.
들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그는 새로운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속, 정확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부상을 당한 케르테츠가 에스테르 곰에서 요양
카메라를 통해 일상의 풍경을 치밀한 화면 구성과 흑백의 농담으로 더 깊고, 하던 중 촬영한 <수영하는 사람>은 당시 아방가르드 예술의 실험적 요소들
세밀하게 담아내었다. 케르테츠는 어떤 사조나 그룹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았 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촬영하는 하이앵글의 카메
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다다, 초현실주의, 구성주의 같은 모더니즘의 아방 라 시점과 대각선 구도가 두드러지며, 수영하는 사람의 몸은 물과 빛의 반사
가르드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때로는 그들을 앞서나서는 혁신적인 작 작용에 의해 왜곡된 형태를 띤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삶의 모습 가운
업을 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우리가 해온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으 데 낯설고 기이한 장면을 찾아내는 케르테츠의 참신한 시선이 담긴 사진으
로 했던 것”이라는 말로 칭송했던 케르테츠는 브라사이, 로버트 카파, 등 사 로 훗날 파리 시절에 작업한 <왜곡 Distortions>(1933) 시리즈의 전조를 알
진의 거장들을 리드하며, 향년 91세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갔다. 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사진을 찍으려고 일부러 나가지는 않는다.
평소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면서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을 때 멈춰 서서 찍는다.
종종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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