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월간사진 2017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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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7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01-20  오후 6:38  페이지 3




















                  그렇다면 높은 가격이 곧 높은 예술 가치를 의미하는 것일까. 작가들 사이에서도 입        말이다. 작가 입장에선 작품을 동시에 여러 장 팔면 당장은 이익이라고 생각하겠지
                  장이 갈렸다. 예술적 가치로 접근하느냐, 아니면 경제적 가치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만, 이는 작가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작품이 동시다발적
                  작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격이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가격만이 기준       으로 시장에 나오면 작품 판매를 위해 갤러리들은 가격 인하를 시도할 텐데, 이럴 경
                  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가격과 가치의 절대 비례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반면, 현     우 작품 가격이 밑에서 형성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럴 경우 갤러리는 작가에
                  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의 가치는 가격으로 평가되는데, 좋든 싫든 예술 시장        게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격이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도 일정 부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집       작가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에서 거래되는 가격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를 향한 당부의 말도 있었다. 어떤 갤러리는 작품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을 ‘직
                                                                       접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매자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오히려 구매자가 손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몇몇 외국 갤러
                                                                       리들은 한국 구매자들의 성향을 알기에 한국 행사에선 평소 가격보다 20% 정도 올
                                        “                              려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명시된 가격대로 작품을 구매한다면, 오히려 평소보
                                                                       다 비싸게 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모 갤러리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 한국 사진가의 세계 경쟁력은 떨어
                    진다. 그런데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가격을 본 해외 컬렉터들이              박리다매가 능사일까?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고가냐’며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
                                                                       사진 구매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자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일까. 작년 하반기 작품
                    었다.”고 말했다. 사진이 팔리려면 같은 크기의 판화 가격을 넘어선 안            가격을 확 줄인 전시·판매 행사가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끌었다. 보다 대중적으로 작
                    된다는 의견이다. 가격이 적정해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되는데,              품 가격을 산정한 덕분인지, 고가로 작품을 판매할 때보다 구매율이 훨씬 더 높아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다는 분석이다.
                                                                       그 중 SPACE22의 아트마켓 프로젝트 <Selection & Collection>은 신호탄 격의 행
                                                                       사였다. 갤러리가 선정한 특정 사진들을 전시하고, 전시작 일부를 갤러리 수익이 포
                                                                       함되지 않는 특별 판매가로 일반 관람객과 나누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였
                                             “
                                                                       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사진가 성남훈.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의 작품 가격은 11R
                                                                       사이즈가 60만 원, 16R 사이즈가 100만 원이었다. 총 판매된 작품 개수는 118점.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한 숫자였
                  사진 거래는 왜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미술 시장 전문가인 이지영에 따르        다. 하지만 한 번의 행사 성공이 사진 시장의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면, “미술품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희소성이다. 그런 상황에서 작가        프린트 품질을 올리고 액자 사이즈를 키우면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럴 경우 판매율
                  가 직접 그린 그림의 손맛을 선호하는 중년 컬렉터들이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도 같은 작품이 여         스페이스 옵트에서 열렸던 <오 솔레 미오>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은 전시 중 하나였다.
                  러 장 프린트 되는 사진 매체의 고유 특성에 좀 더 유연한 생각을 지닌 젊은 컬렉터       작가는 제작비만 반영해 작품을 내놓고(평소의 30~40% 수준), 갤러리는 필수 경비
                  들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니 사진작품이 갖는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라고 앞        만을 붙여 노마진에 가깝게 작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전시 종료 후 결산을 해보니
                  을 내다봤다. 경매회사 의견 역시 이와 비슷했다. 경매 구성에서 사진이 잘 보이지        카드 수수료 정도만 남았다고 했다. 스페이스 옵트는 사진 컬렉팅을 대중화시키기
                  않는 것은 “사진 구매에 대한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연히 사진 거래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발성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질
                  빈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는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전환된다        서를 교란시키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면 점차 나아질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1차 시장(갤러리)과 대형미술관이 사진 노출       위에서 언급한 두 행사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더 스크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랩>은 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행사였다. ‘판매’ 측면에서 본다면, 아트 페어와
                  몇몇 갤러리들은 비싼 사진 가격을 이유로 꼽았다. 2차 시장(경매)과 달리, 1차 시장     옥션, 갤러리 등 기존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작품 구입의
                  가격은 작가와 갤러리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 대다수 갤러리는 “가격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기획 의도였다. 103팀의 사진 1,000여 점이 동일한 인화방
                  결정에서 중요 요소로 작용하는 건 작가의 의견”라고 말했다. 그중 한 갤러리 관계        식(C-print)과 크기(A4 사이즈)로 프린트됐고, 작품에는 작가 정보를 일절 표기하지
                  자는 “작가들이 호황이던 시절만 생각하고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스스로 가격을 내         않았다(사진 구매 후 정보 공개). 사진 디스플레이 역시 그야말로 ‘랜덤’이었다. 사진
                  리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 한국 사진가의 세계 경     가격은 5장에 3만원, 10장에 5만원이었으며, 사진은 총 5,315장이 판매됐다. 수익
                  쟁력은 떨어진다. 그런데 가격은 너무 비싸다. 가격을 본 해외 컬렉터들이 ‘유명하지       은 103팀의 참여 작가가 1/n로 나눠 가졌다고 한다.
                  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고가냐’며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       <더 스크랩>은 꽤나 흥미로운 시도였다. 사진을 ‘효과적’으로 구매하기 위해선 관람
                  진이 팔리려면 같은 크기의 판화 가격을 넘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격이 적       객 나름대로 큐레이션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방해 없이 자신의 취향을 만족
                  정해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그래야 사진의 인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칭찬의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시
                  사진가들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갤러리 관계자도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에서           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사진의 내용을 알아야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업이 있
                  이 갤러리 저 갤러리 왔다 갔다 하며 적을 두기보다는 전속 개념을 철저히 지키라고        는데, ‘이미지’만 보니 구매욕이 떨어진다. 시리즈일 경우 사진을 연속적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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