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PHOTODOT 2017년 1월호 VOL. 38 JANUARY
P. 45
© 유병완, 타인, pigment print, 2016
© 유병완, Dream, pigment print, 2016 © 유병완, 비상, pigment print, 2015
나비는 날아서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고, 꿀을 찾아가고, 또 사랑을 쫓아가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심장병이나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은 무언가의 결함으로 인해 자 아픈 아이들을 후원하게 된 계기는 그 본인의 아픔과도 연결된다. ‘남자면 친
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운명으로 짊어진다. 인생에 어떠한 기대를 하고 있 구, 여자면 애인’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린 파킨슨병이 찾아온 뒤로 그의 삶은
든 그것과 상관없이 원치 않게 주어진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다른 완전히 바뀌었다. 파킨슨이란 친구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하게 사진에 푹 빠
친구들처럼 뛰놀고 싶지만 그 시간에 병마와 싸워야 하고, 새로운 학기에 몇 졌고, 자신과 같이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돌아보게 됐다. 어느 날 병원에 입
반이 될지 기대하면서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걱정한다. 그렇지만 한 사 원해서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던 그는 1층 아동 병실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는
람의 작은 도움만으로도 그들은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나를 도와주고 있다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며 ‘능력만 있다면 내가 수술
는 생각에 쉽게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진가 유병완은 그런 아이들이 원하 시켜서 병을 낫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이 이어졌다. 유병완은 ‘그렇다면 내가
는 곳 어디든 훨훨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어왔으며 이번에 잘하는 것으로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 끝에, 당시 그의 삶에 가장
는 ‘나비’에 그의 메시지를 담아 <나비-마음에 내려앉다>작업을 진행했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진을 매개체로 선택한다. 퇴원 후 곧장, 그는
또한 지친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정성어린 희망을 보냈다. 지난 8월 대구 그동안 모아둔 사진을 선별해 대구에서 전시를 열었다. 좋은 뜻에 동참해주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서 그는 사진을 판매해 올린 수익금 전 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전시작 54점 중 47점, 대부분의 사진을 판매하여 그
액 일천오백만 원을 월드비전에 기부해 심장병·소아암 어린이들을 도왔다. 금액을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가 그리는 큰 그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는 ‘진정한 어른’으로서 마땅히 도와주 림의 시작점에 불과했고 뒤이어 전국적으로 펼칠 순회 전시를 계획하기에
어야 옳다는 소신을 담담하게 전했다. 이른다.
93
radar3_1220.indd 93 2016-12-23 3:3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