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월간사진 2017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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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19)스페셜3-미니멀리즘in Art_최종_월간사진 2017-11-21 오후 1:17 페이지 119
영화 / 긴 시간 한 곳을 응시하라
영화는 미니멀리즘을 논하는 것이 어려운 예술 분야 중 하나다. 기존 영화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고정된 위치에서 촬영하는 카
이론적으로 정립된 것이 없고, 선행 연구도 미비하다. 미니멀 메라, 필름의 깜빡거림(Flicker Effect), 한 단락의 반복(Loop
리즘 음악과 무용, 건축이 어떤 것의 ‘본질’과 연결됐다면, 미니 Printing), 인화된 필름을 다시 인화하기(Rephotography) 등
멀리즘 영화는 형식적인 면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어 을 사용했다. 마이클 스노우(Michael Snow, 1929~)의 <파장
떤 ‘사상’보다는 미장센(Mise-en-Scène)이나 배우의 연기, (Wavelength), 1967>과 홀리스 프램턴(Hollis Frampton,
음악, 카메라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1935~1984)의 <레몬(Lemon), 1969> 등에 이러한 효과들이
영화의 형식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단순성과 절제미라도 발견 잘 반영돼 있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되면, 그 영화에 ‘미니멀리즘’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 Warhol, 1928~1987) 또한 구조주의 영화의 선구자 격이다.
붙는다. 대부분 저널리즘과 영화비평에서 파생된다. 여섯 시간 내내 잠들어 있는 남자를 촬영한 <잠(Sleep), 1953>
과 여덟 시간 동안 오로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을 찍은 <
미니멀리즘 영화 역시 앞서 소개한 예술 분야들이 그랬던 것처 엠파이어(Empire), 1964> 등이 그의 대표적인 작업이다.
럼, 감정 분출과 추상적인 표현에 집중한 이전 영화들에 대항하
카메라와 레몬의 움직임 없이 오로지 빛의 변화로만 여 탄생했다. 1960년대 초반의 새로운 아방가르드 영화를 지 이와 같은 영화들은 단순한 요소를 긴 시간 응시하는 과정을 통
레몬의 느낌을 탐구하는 홀리스 프램턴의 <레몬(Lemon)>
칭하는 ‘언더그라운드 영화(Underground Film)’와 1960년 해 관객의 능동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이후로
대 후반의 ‘구조주의 영화(Structural Film)’가 대표적이다. 먼 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지아장커(Jia
저, 언더그라운드 영화는 영화를 검열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할 Zhangke), 짐 자무쉬(Jim Jarmusch), 허우 샤오시엔(Hou
리우드 주류 영화에 맞서기 위해 제작되었다. 당시 분위기를 반 Hsiao hsien), 홍상수 등이 미니멀리스트 영화감독으로 손꼽
영한 실험적인 영화(Experimental Film)로, 미니멀리즘의 형 히고 있다.
식보다는 저항의 의미가 더 컸다. 미니멀리즘에 근접해 있던 건
구조주의 영화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참고 | 윤성은, 「영화와 미니멀리즘. 시간과 공간을 중심으로」
단순한 플롯을 반복적으로 상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5). 박지원, 「영화에 나타난 미니멀리즘적 표현특성에 관한 연
구」(2009)
여섯 시간 내내 잠들어 있는 남자를 촬영한 앤디 워홀의 <잠(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