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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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35)정희승(4p)최종_월간사진 2018-09-19 오후 3:47 페이지 076
정희승은 직접 테스트를 하고, 프린트를 한다.
일상이 곧 예술
정희승 작업실을 수놓고 있는 건 다양한 소품들이다. 희한하게도 그녀가 소품들을 어루만지기만 하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이상한
케미를 발산한다. 일상의 풍경이 그대로 예술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심플한 나무 테이블이다. 하나는 페리지 갤러리
<Rose is a rose is a rose> 전시 때 책을 올려놓았던 나무판이고, 다른 하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있을 때 직접 제작한 육각형 나
무 테이블이다. 그저 그 위에 몇 개의 물건을 올려놓았을 뿐인데 스타일리시함 그 자체다. 또한, 액자 앞에 무심하게 놓인 공구와 나뭇잎, 카메라
는 독특한 분위기의 스틸라이프를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책장에는 쉬이 접할 수 없는 도록들이 꽂혀 있다. 책들 사이에는 딸이 만든 반려묘 호두
의 석고상이 마치 책장 주인인 양 자리 잡고 있다. 귀한 책을 보려거든, 자신의 허락을 받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쪽 공간엔 대형 프린터도 있다.
그녀는 작업실에서 테스트를 하고, 프린트를 한다. 벽면에 붙어있는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한 것 같아 뿌듯
하다. 공간 이곳저곳에서 정희승과 사진, 그리고 공간이 서로 참 많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작가와 작업실은 운명적 필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