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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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병석, 이정형, 오용택 그리고 정기훈
노동집약적 유희
삼선동 ‘늘벗다리’를 건너 하늘을 향해 나 있는, 조금은 복잡한 길을 걷다 보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오른쪽으로는 세월
을 잔뜩 머금은 무채색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제는 흔하디흔한 재개발 지역처럼 변해가는 이곳에 이정형과 정기훈, 최병석 그리고 오용택의 작업실 ‘Our Labour’가 있다.
이곳에는 두 개의 작업실이 있다. ‘먼지 유무’에 따라 작업실을 구분한다. 다소 정적인 작업을 할 때는 1번 작업실을, 나무를 깎는다거나 다양한 공구를 이용한 번잡스런 작업
을 할 때는 2번 작업실을 사용한다. 평범한 건물 외관과는 달리,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 내부는 전혀 딴 세상이다. 미드에서 볼 법한 천재 과학자의 연구실 같기도,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소목장의 공방 같기도 하다. 삼선동의 매력은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동네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것이 비록 사소할지라도 30분 안에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또한, 주변에 문학,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어 경계 없는 문화·예술적 교류가 가능하다. 더욱이 가까운 거리에 청계천이 있어, 별다
른 어려움 없이 재료를 구할 수 있다. 이정형과 정기훈, 최병석, 오용택에게 작업실은 노동집약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들은 작업실에서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반면, 오용택에게 작업실은 ‘먼지 많은 디즈니랜드’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취미 활동을 통해 현실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