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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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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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 명인 구본창. 분당 첫 번째 작업실에 이어
뒤편에 새로 개관한 아틀리에 ‘Studio 9’에선 그의 수집 미학을 엿볼 수 있다.
<비누> 시리즈 오브제들. 처음의 색과 모양을 갖고 있진 않지만, 흘러간 시간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숨> 시리즈에 등장한 론진(Longines) 시계. 1994년, 스페인 여행을 하던 중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이곳은 보물창고
구본창의 첫 번째 작업실은 아차산 근처에 있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리노베이션 해준 공간
이었다.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았던 이곳에서 그는 ‘생명의 덧없음’을 이야기한 <굿바이 파라다
이스>와 임종을 맞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찍은 <숨> 시리즈를 제작했다. 2000년 구본창은
작업실을 분당으로 옮겼다. 사진작업과 자료 보관을 위한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간
이 넓어짐에 따라 사유의 시간도 늘어났다. ‘미니멀리즘의 정수’라 불리는 <화이트> 시리즈가 첫
번째 작업실(본관)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2016년 12월, 그동안 작업했던 것과 수집했던 물건 등을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명목으
로 기획된 신관이 완공됐다. 유명 사진가들의 사진집부터 그가 나왔던 기사들, 여행 중 벼룩시장
에서 구매했던 앤티크한 소품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보물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 바
랜 작은 의자, 옛날 엽서,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거장들의 사진집 등이 여전히 잔상에 남아있다.
현재 구본창은 신관을 개관한 뒤 ‘황금’과 ‘청화백자’, ‘탈북자’ 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