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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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4p)-최종_월간사진 2018-09-19 오후 1:57 페이지 074
지나간 시간
성남아트센터 뒷산과 연결된 숲 방향으로 나 있는 좁은 길 중간에 구본창의 작업실이 있다. 꽤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지라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턱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각오해야만 한다. 2년 전 이맘 때 이곳을 방문했었는데, 그 사이
주변 경관이 참 많이 변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구본창의 분당 첫 번째 작업실(본관) 뒤편으로 새로운 아틀리에(신관)
가 생겼다는 것. 스튜디오와 암실이 있는 본관은 실질적인 사진작업을 하는 곳이며, 신관은 각종 자료를 아카이빙한 곳이다. 신
관은 총 네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은 작품과 자료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지상 1층은 손님과 함께 사진을 볼 수 있는
소규모 갤러리로, 2층은 소장품 가득한 서재와 응접실로, 그리고 3층은 풍경을 보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식처로 꾸몄다. 각
층을 잇는 계단 벽면에는 구본창의 지나간 시간을 개괄하는 작품들이 걸려 있다. 본관과는 달리 신관은 작품 운반을 위한 엘리
베이터를 설치했으며, 작품이 햇빛에 상하지 않도록 유리창을 작게 냈다. 심플한 노출콘크리트 구조지만, 작은 창으로 새어 들
어오는 햇빛이 책과 소장품을 비추는 모습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비누’와 ‘백자’를 감돌던 공기의 온도와 참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