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PHOTODOT 2017년 6월호 VOL.43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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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강물이 너무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이 주는 가라앉은 낀 순간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들을 찍기 시작했다. 한강의 산책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강이 찰싹찰싹 거리며 자신을 다독거려주는 위 길이나 노을이 지는 모습 너머, 그 안에 숨어있는 다른 모습들을 보았다. 사
로를 받기도 하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에게는 가장 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 아닌 풀숲에서 사진 작업을 하면 날씨의 변화
가까운 친구인 것이다. 누구나 한강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 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강의 특성상, 비가 오면 갑자기 흑색으로 변한 회색
된다. 서울의 천만 인구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가보았을 것이다. 빛의 흙탕물에 나뭇잎이 쓸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나팔꽃 하
한강을 앞에 두고 울어본 사람들도 웃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강은 그 나를 보며 그녀는 이게 인간이고 살아가는 인생이며, 마치 ‘나’인 것 같다고
런 곳이다. 그런 한강 앞에서 그녀는 자연스레 과거를 떠올리고 자신을 위안 느꼈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온 모든 것들이 한강에는 묻어있는 것 같다고 말
한다. 한다. 그녀의 렌즈는 송내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돗자리를 피고 앉아 치킨과 맥주를 먹는 사람, 그녀는
그 사람들을 보며 과거의 나를 회상하고 공감했다. 어느 날, 홀로 간 한강 밑 “한걸음만 밑으로 내려가면
에서 외롭게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녀가 참 묘한 곳이라고 느 우리 내의 희로애락이 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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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3.indb 90 2017-06-02 2:4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