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PHOTODOT 2017년 6월호 VOL.43 Jun
P. 52
Photodot + Radar 2
송내순 《흐르는 집》
흐르는 시간 속의 나
글_김다인 기자(kdainy@naver.com)
‘흐르는 대로, 내 생명이 움직이라고, 움직이라고 말하고 있었
다. 인생에는 결말이 없고, 이뤄야 할 목표도 없다. 그저 흐름이나 움직
임이 있을 뿐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스위트 히어애프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들은 물결치듯 흘러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만남
도 그리고 이별도 흐른다. 우리는 모든 게 흐르고 있는 그 순간들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흐르는 물은 손으로 막는다고 멈춰지지 않고, 손으로 꽉 쥐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레 흐르며 그 안에서 또 다른 물줄기를 찾기
도 하고, 다른 물과 섞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날씨에 따라 흐르는 물살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강물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
뭇잎처럼 물길을 따라 졸졸 흘러가며, 그 순간의 나를 잡으려 애쓰기 보다는
시간에 맡기고 그저 기억하면 된다. 누구나 살아가며 발자취를 남기는 것처
럼 흐르는 물 어딘가에 나의 흔적들이 있을 것이다.
쉼 없이 움직이는 삶 속에서 송내순 작가는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채 흘
러가는 사람들과 그 안의 나를 보고 있다. 그녀는 물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
는 대로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깊이 들어가 ‘나’를 들여다본
다. 그녀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를 발견했다.
나를 바라보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그녀가 보는 한강에는 항상 사람이 존재한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곳에는 누군가 움직이고 있다. 그녀의 눈 안에 박혀있는 한강의
모습은 이렇다. 베란다 창 밖 너머로 항상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베란다 앞 한강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한강변 아파
트에 살고 있는 그녀는 여러 번의 이사를 해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 서울에 다 달았다. 그녀가 사는 아파트 너머 정면에는 남산이 있
고 그 아래로 넓게 한강이 흐르고 있다. 그곳을 유심히 보던 그녀는 어느 날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 아침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저 곳에는 사람들이 왜
항상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함을 가득 안고 그녀는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88
vol.43.indb 88 2017-06-02 2:4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