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PHOTODOT 2017년 6월호 VOL.43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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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뒷모습                                     모르게 외로움도 느껴진다. 그녀는 뒷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과 살아온
                  작가는 아파트 안의 모습부터 담장 너머의 한강을 시선의 이동을 통해 보여           세월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순간들을 회상했다. 그녀는 사진을 찍
                  주고 있다. 사진들은 아래서 위를 쳐다보거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고         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본다. 어느 날, 한강 주변에 홀로 앉아 있는 남자의 모
                  층에서 아파트 주차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 자동차들이 일렬로 각 잡혀 주차           습을 보며 자신의 아들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며,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
                  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서 보면 비싼 차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지        기도 한다. 아침에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한강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며
                  만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는 결국 다 똑같은 자동차로 보인다. 밑에서 보면          ‘어딜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 일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한
                  아픈 것들이 잘 보이지만, 그녀는 위에서 넓게 보며 인간은 누구나 다 똑같          강 주변의 널브러진 캔맥주나 다 피고 간 담배꽁초, 물에 쓸려온 나뭇가지와
                  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흔적들을 보며 그 사물들이 마치 사람과 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리
                  그녀의 시선은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이동한다. 앞모습에는 얼굴의 표정이 다           고 그녀는 그 모습들을 통해 여태 살아온 내 삶과 나의 내면을 본다. 어쩌면
                  보이지만 혼자 우뚝 서있는 뒷모습은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우리도 그녀의 시선이 이동한 사진 속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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