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PHOTODOT 2017년 6월호 VOL.43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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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마음이 흐르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맑고 화창한 날보다 아침 일찍 해가 떠오르기 전의 시간에 작          같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사진은 나 자신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업했다. 아침의 희뿌연 느낌과 푸른빛을 담기 위해 출근 전과 퇴근 후의 모          내려도 아침 저녁으로 밖에 나가 사진을 찍는 그 순간만큼은 즐거움을 느끼
                  습들을 찍었다. 그래서 해가 떠오를 때의 빛을 받아 찍거나, 어둑어둑한 느낌         며 피곤함을 잊는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그녀는
                  의 사진들을 보면 어딘가 차분히 눌러져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녀가 사는          또 다른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아파트 사이에는 88고속도로 방음벽이 있고, 그 너머 한강이 있다. 걷는 것         이번 전시 《흐르는 집》에서는 그녀의 시선의 이동을 통해 본 삶의 흐름을 보
                  을 좋아하는 그녀는 한강을 나가는 길에 보는 풍경들과 순간들을 놓치지 않           여주고 있다. 자신의 사진들을 통해 작가 송내순의 뒷모습과 자신의 삶을 찾
                  고 담았다. 담쟁이넝쿨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방음벽은 한강과 아파트를            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셔터
                  구분해놓은 곳이다. 그녀는 서로 살려고 열심히 엉키고, 잎이 폈다가도 지는          를 눌렀다. 한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본 벚꽃나무를 보고 겨울 내내 찬바람을
                  모습들이 인생과 똑같이 보였다고 한다.                              맞은 것만 같은 아픔을 느낀 것처럼 그녀의 마음속 감정을 표현했다. 사진이
                  그녀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형제들과 함께 도시로 유학을 떠났다. 집         순간을 담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다.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누구
                  떠나는 가슴의 두근거림, 엄마와의 헤어짐, 노을이 지면 엄마를 떠올리며 냇          나 세월의 흐름을 겪는다. 그녀는 사진을 찍으며 내가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
                  가에서 놀던 어렸을 적 추억들을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진 속에          존재하며 살아있고,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진은 내 생각이자 눈이고
                  는 외로움이 묻어있다. 힘든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때의 힘으로 살아온 것 같          마음이라 말한 그녀는 사진을 통해 내 자신,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 그녀
                  다고 말한 그녀는 그때의 추억들이 또 다른 밑거름이 되어 지금까지 온 것           가 지금 흐르는 곳은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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