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PHOTODOT 2016. 12 Vo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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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y Stone, 2009, 100x100cm, Digital C-Print Mask 1, 2009, 100x100cm, Digital C-Print
여느 작가들처럼 성지연은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자연스럽
게 작품화한다. 생활하며 만나는 주변의 지인들,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모
델로 섭외하고, 그 모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출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모
델에게 미리 준비해 놓은 의상을 입게 하고 계획된 연기를 하도록 이끈다.
마치 무대감독이 된 것처럼. <Homo Movens>에 등장하는 뒷모습의 주인
공들 역시 작가가 직접 섭외한 20대 청년들이다.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중고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나 패션 코드를 거부감 없이 자기 ‘어디서 누가 언제 입었을지 모를 벼룩시장의 중고 옷들 또한,
것으로 소화하는 세대로 표현된다. 청년들은 타문화를 받아드리며 물리적 떠나고 남아있는 기억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이주를 넘어, 정신적, 심리적 이주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들로 하여금 디아스 그녀의 이야기가, 그의 이야기가 보이고, 익명의 옷에서도
포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한편, 염색한 머리, 옷의 색깔과 디테일, 피부
그만의 이야기가 보인다. 개인의 사유와 인간 존재의 장소,
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잘 표현된 성지연의 사진은 기술적인 부분도 굉장히
사적인 공간에서의 뒷모습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걸어가는,
오랜 시간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녀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인공조명을 섬
세하게 조절해 촬영하는 방법으로 사진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이번 작품 삶을 살아내기 위해 걸어가는 그 뒷모습에서
에서는 인물의 많은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 뒷모습이지만 각각 미세하게 다 단순 물리적 이주 이상의 정신적 심리적 문화적 이주를 하는
른 신체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의 디아스포라를 느낀다.’ - 작업노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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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M @ JOEC য়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