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PHOTODOT 2016. 12 Vo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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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Invasive Species 001, 작가가 배양한 곰팡이, Digital C Print, 187.5cmx150cm, 2016
(우) Invasive Species 003, 작가가 배양한 곰팡이, Digital C Print, 187.5cmx150cm, 2016
침입종(Invasive Species)
동물의 잘린 머리의 형상을 한 조각 위에 곰팡이를 배양해 촬영한 작품이다. 곰팡이는 안정적
인 생태계에 나타나는 이질적인 존재로 기존의 종에게는 위협적이지만 낯선 환경에서 강한 생
명력과 적응력을 발휘해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다. 본 시리즈에서 인간의 눈을 가진 동
물, 이를 뒤덮은 곰팡이 자체 그리고 눈을 통해 묘사된 인간 역시 공격적인 생명력을 가진 침입
종으로 인식될 수 있다.
왜 ‘곰팡이’인가 전시 제목, <분해자 Decomposer>
초기에 생선 내장이나 돼지 껍질과 같은 오브제들을 사용한 것, 그리고 곰 ‘분해자(Decomposer)’란 전시 제목은 일차적으로 그녀의 작업 속 곰팡이를
팡이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도 이러한 경험과 맥락을 함께 한다. 물론 가 가리킨다. 생태계 안에서 볼 때 곰팡이는 죽은 세포를 분해하는 분해자 역할
정을 영위하는 여성적 경험도 작업의 촉매가 된 부분이 있다. 음식물이 상하 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팡이로 만든 동물의 모습, 그리고 그것들이
는 과정에서 보게 된 박테리아나 곰팡이들을 그녀가 가진 생물학적 관점에 보여주는 이미지나 생명력 등을 통해 기존에 관념적으로 지니고 있는 의미
서 관찰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찰하면서, 그녀는 곰팡이라는 대 에 대한 분해를 수행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곰팡이와 같은 분해자들은 죽
상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매 순간 존재의 사멸(死滅)과 투쟁하는 강렬한 은 세포를 분해하여 유익한 물질로 전환시키기는 긍정적 역할도 하는데, 이
생(生)의 의지와 힘, 일반적으로 친숙하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분명 존재하 것은 혐오스럽게 인식되는 대상의 가치나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윤진영
는 특유의 정형성과 시각적 매력.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지니고 있 작가의 관심사와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녀 역시 기존
는 날 것 특유의 질감과 숨결. 그녀는 그렇게 곰팡이를 예술적 동반자로 삼 예술작품, 나아가 인식과 의미에 대한 ‘분해자’ 역할을 수행하려 하는 것인지
게 됐고, 그 동행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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