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PHOTODOT 2016. 12 Vo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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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dot Focus : 사진을 보는 네 개의 시선 : 윤진영






































                  The Boundary 001, 작가가 배양한 곰팡이, Digital C Print, 120cmx180cm, 2016  His Will, High-speed camera, Color, Sound of human heart beat, Shards of Charcoal,
                                                                     Human eye, 8 minutes 4 seconds_2015
                  경계(Boundary)
                  두 종류의 곰팡이를 나란히 접종하여 배양했을 때 경계 부위에 나타나는 생물학적 힘의 작용을   영상(Vital Reaction Black, Vital Reaction Red, Reversal Of Cognition, His Will)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이기도 한 ‘경계’는 곰팡이들 간 영역의 경계이자 작업자인 작가 자신, 즉   동물의 형상에 자라고 있는 곰팡이의 미세한 변화를 타임랩스로 기록, 시간적으로 압축하여 보
                  인간과 곰팡이의 경계이기도 하다. 선으로 나타나는 경계를 의식하며 곰팡이를 색채적 도구로   여주며 서서히 점령하는 죽음의 힘을 시각화했다. 초고속 카메라로 기록된 지렁이 영상은 보이
                  사용했기에 회화적 성격 역시 담겨있다. 때문에 언뜻 평면적 추상회화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지 않는 외부의 공격, 즉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이용하여 움직임을 유도하여 촬영한 것이
                  곰팡이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사진이기 때문에 현실의 풍경임을 확인시켜준다.           다. 지진이나 홍수와 같이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는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힘에 대응하는 지렁
                                                                     이가 보여주는 처절한 움직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자연의 법칙’과 닮아있는 윤진영의 작업 과정, 저항과 우연성
                                                                     그녀의 작업은 때때로 대학 실험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녀
                                                                     의 작업실에서 이뤄진다. 물론 곰팡이 배양과 관리를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
                                                                     고 그에 맞는 보호장비도 착용한다. 작품에 따라 조각이나 인삼, 메주 등의
                                                                     오브제를 이용하고 필요에 따라 일종의 곰팡이 먹이인 ‘배지’를 바르는 등의
                                                                     과정을 통해 곰팡이를 배양한다. 작업기간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여섯
                                                                     달을 두고 관찰과 조정, 촬영을 행한다. 물론 생물학적 지식과 그간의 노하우
                                                                     에 따라 의도하는 이미지, 색상, 질감, 작업 기간 등을 계획하고 그에 맞춰 진
                                                                     행하지만 모든 것을  온전히 통제하진 못한다. 곰팡이 그 자체, 더욱이 곰팡
                  “농담 섞어 ‘반은 곰팡이가 만들어주는 작업’                          이의 시각적 변화에 대한 부분은 미지의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연

                  이라 이야기하기도 해요. 물론 할 수 있는 최대한                        성이 굉장히 큰 작업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업에 사용하게 되는 곰팡이
                  의 계획과 조정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고                              는 배양한 숫자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우연성이야말로 윤진영
                  결과물을 이끌어내지만 그 과정을 백 퍼센트                            에겐 작업적 아이덴티티이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 과정 자
                                                                     체가 작가 자신 역시 곰팡이와 때론 저항하고 순응하는 모습이며, 이는 그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가 이야기하는 자연 속 생존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기치 못
                  곰팡이는 저와 애증의 관계에 있는 예술적 협력자                         한 작업적 발견이나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하며 긍정적 ‘충격’을 가져다주는
                  인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해요.”                                  것도 바로 그 우연성과 예기치 못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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