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PHOTODOT 2016. 12 Vol.37
P. 49
파사드를 통해 관통해내는 것들
이를 통해 한성필이 파사드 작업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지의 재 사라져가는 파리의 낡은 구조물을 구원했다면, 그가 건져 올리는 것은 실재
현 속에 교차되어 있는 실재와 이상 간의 흐름들이다. 즉 복원 건축물이나 (實在)하는 건물이 아니라 잠시 그것을 둘러싼 가면이다. 물론 사진의 기록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실재(Reality)가 투사된 이상화 된 이미지(Idealized 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을 구제하는 것은 그의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한성
Images), 이와 동시에 반대 상황인 사진 이미지들을 통해 인간 욕망의 움직 필은 복제를 복제함으로써 되려 ‘재현’을 주체화한다. 복제의 복제는 오히려
임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현대 사회를 살 실물과 가상의 차이를 흐려 버린다고 그는 말한다. 각각 존재하는 현실과 가
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도시 공간 속에 존재하는 욕망의 불안정한 모습에 상의 차이도 인화지 위에서는 똑같은 가상의 지위로만 남는다. 실제로 그의
다름 아니다. 막을 치우면 그 위의 이미지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몇몇 작품에서는 현실의 건물과 가상의 이미지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한
때문에 퍼포먼스나 설치예술이 후에 자료로만 그 흔적을 남기듯, 가상의 파 성필의 파사드 작품 속의 가상은 그 뒤에 가려진 실물 못지않은 분위기를 지
사드는 사진으로만 영속성을 획득한다. 한성필은 이러한 ‘가상의 덧없음’을 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 가상과 현실은 경계선 없이 어지러
미적으로 구제하는 것이다. 근대 사진사에서 으젠느 앗제(Eugene Atzet)가 이 뒤엉킨다.
Harmony in Havana Shadow
47
WPM @ JOEC য়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