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PHOTODOT 2016. 12 Vol.37
P. 50
Photodot Focus : 사진을 보는 네 개의 시선 : 한성필
앞서 이야기한 복제나 기획,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성격의 파사드 작품도
존재한다. ‘트롱프뢰유(trompe-loeil, 속임수그림)’를 이용한 것이다. 이 때
가상의 파사드는 존재론적으로 묘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파사드는 의 파사드는 이미 있었던 것의 부재를 대리하지 않는다. 앞으로 생길 존재를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그 자리에 들어 증언하지도 않는다. 그곳에 있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있지 않을 완전히 새
설 것의 그림이기도 하다. 앞서 존재했던 원본의 복제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로운 판타지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를 다시 사진으로 복제하는 순
존재할 건물의 원형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과거의 복제이자 미래의 기획인 간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더욱 흐려져 버리고, 사진 속 이미지는 일종의 가
셈이다. 이는 결국 사진가의 뷰파인더 위에 올라와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결 상적으로 현실의 지위에 근접한다. 이는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흐려지고, 가
과적으로 ‘촬영’이라는 행위와, 엄밀히 말해 원형(Original)이라곤 할 수 없는 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시간의 선형성이 날로 무색해져가는 오늘날 더욱 시
파사드 작품을 아이러니하게도(재미있게도) 주체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의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metamorphosis The Ivy Space
Before Sunrise Traces
48
WPM @ JOEC য়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