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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퀼만 Olivier Culmann : 나 / 타자 (사진 및 비디오)
                  늘 타인의 모습을 찾아다니는 수집가, 올리비에 퀼만은 대중적인 한국인의
                  이미지를 찾아 나섰다. 끊임없는 성찰과 함께 그는 그토록 한국인들이 갈망                         ⓒ 올리비에 퀼만, 나/타자, 무단침입. 포토집 스튜디오, 사진, 2014
                  해 마지않는, 완벽하고 흠 없는 ―비록 환상이지만―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
                  에 집착하는 이 강박관념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며 자신 역시 직접 이 화두          무단침입. 포토짚(photo.zip) 스튜디오
                  속으로 뛰어든다. 신랄한 유머와 함께 무심한 듯 부드러운 관찰력으로 퀼만           무대가 된 곳은 홍대 인근 포토 스튜디오 ‘포토집(PHOTO ZIP)’이다. 커플,
                  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우리를 이 강박관념 속으로 빠져들게 한           가족, 친구들, 직장동료 혹은 군대 동기들이 주로 이곳 렌즈 앞에 서며 관계
                  다.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절로 ‘아, 우리는 대체 누구인가?’라는 사유에 빠지       에 따라 각각 다른 포즈를 구현한다. 무릎을 꿇고 결혼을 청하는 포즈에서부
                  게 된다.                                              터, 생일축하의 의미로 파티를 연출하기도 하며, 플라스틱 무기로 서로를 견
                                                                     주는 모습도 취한다. 각각의 고객은 그들이 선택한 이미지로 인화된 사진을
                  변환. 성형수술                                           들고 스튜디오를 나선다. 이 사진들은 사전에 고객의 주문에 따라 다리를 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의 성형수술의 소비층은 주로 젊은이들이다. 눈을            길게 한다든지, 허벅지를 더 날씬하게 수정하든지, 피부는 하얗고 눈은 크
                  크게 만들고, 얼굴선을 날씬하게 다듬고, 코를 오똑하게 세운다. 그 중에는          게 하는 식으로 대개 보정을 거친다. 고객들은 이렇게 보정된 이미지로 자신
                  수술을 받기 전에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보이며 이와 같이 해달라는 주문을           만의 정체성을 추구하면서도, 특정한 계층에 소속되고자 하는 열망을 구축
                  하는 이도 있다. 올리비에 퀼만은 이러한 현상을 전도시키며, 서울의 한 성          하는 것으로 작가는 읽는다. 부조리는 여기서 탄생한다. 틀 속에 자신을 끼
                  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얼굴을 수술하여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워 넣으면 넣을수록 그리고 타인과 닮아갈수록, 되려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가상 이미지를 주문했다. 그 중 두 이미지는 연예인 장동건과 현빈을 모델로          2014 년 10월, 스튜디오 사진가들과 모델들이 합의한 가운데 그는 한 명의
                  할 것을 부탁했다.                                         침입자로서 나타났다.
























                                            ⓒ 메이에, 텅빔/충만, 텅빈 가정, 사진, 2014                ⓒ 메이에, 텅빔/충만, 신아의 시선, 포토 스토리, 2014

                         메이에 Meyer : 텅빔 / 충만 (사진 및 포토 스토리)           감대가 형성되는 세계다. 이런 그의 마술 속에서 우리는 시적 감성을 느낄
                  메이에는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는 확대되고 수없이 증가하고 미로            수 있지만, 그가 표현한 환상 뒤에 숨어있는 것은 인간이 말살되고 있는 사
                  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 분해되는 이미지들의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회의 알레고리, 혹은 야수처럼 울부짖는 듯 잔인한 세상이다.
                  이미지의 ‘교란’이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직접 들어가 경험하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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