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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파렐리 Philippe Lopparelli OPPARELLI : 안 / 밖 (사진)
                                                                    필립 로파렐리는 20년 넘게 인간 세상 속의 무 규정의 시간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늘어져 버리고 와해된 시간들, 어둠의 시, 그 속에서 인간의 존
                                                                    재는 오히려 사회적 규범에 구속되지 않는 코드로 존재하며 쓸모없이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는다. 그는 오래 전 추억을 되새긴다. 필립 로파렐리는 밤늦게
                                                                    집을 나서 다음 날 새벽 돌아온다. 안팎에서 그는 문어들, 마다카스카르 원숭
                                                                    이들 그리고 아직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마주친다. 고요를 잃은 아침, 그는 고
                                                                    달프고 길 잃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다시 시작하기를 주저하는 새로운 하루의
                                                                    경계선 상에서 소리 내어 걷는다.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을 짜 맞추며, 그는 또
                  (좌)ⓒ 필립 로파렐리, 안/밖, 소주이야기 #1, #2, 사진, 2014         ‘우리’를 찾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은 과연 어느 쪽인가.
                  (우)ⓒ 필립 로파렐리, 안/밖, 소주이야기, 사진, 2014




                         드니 부르쥬 Denis Bourges : 전 / 후 (사진 및 비디오)
                  2010년 11월 23일 오후 10시 15분 AFP 통신. 지난 화요일 북한이 남한 영토 내
                  의 섬을 조준하여 10여 회 폭격했다. 2명의 군인이 사망하였으며, 서울 측에
                  서 대응 포격을 한 후로 국제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당
                  시 YTN의 보도에 따르면 연평도에 남한 측으로부터 50회의 포격이 가해졌으
                  며, 이번 사건의 무대가 된 연평도는 과거 북한 측의 포격으로 이미 피해를 입
                  은 적이 있는 황해의 섬으로 약 1500명이 거주하고 있다. 포격전은 2명의 군인
                  사망자와 18명의 부상자를 낳았으며, 부상자 중에는 3명의 민간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자료는 전했다. 2015년 11월 9일, 작가는 섬에 당도한다. 접근하고
                  질문하는 것이 불가하다. 어떻게 그들의 오해와 비난 저편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을까. 드니 브르쥬는 주민들과 대면하고, 고요 속에 잠긴 어부들의 얼굴들을
                  수집할 뿐이다. 전설은 회자되어 역사를 해체한다.
                                                                                         ⓒ 드니 부르쥬, 전/후, 트라우마, 사진 및 비디오, 2015




                                                                           알랭 빌롬 Alain Willaume : 위 / 아래 (사진 및 비디오)
                                                                    한국어로 가면은 탈이라 부른다. 이 단어는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되는데 첫째로
                                                                    는 불운이나 병을 뜻하고, 두 번째로는 옛 몽고어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 얼
                                                                    굴에 대한 가리킴이다. 2015년 6월 메르스의 급속적인 전염으로 불안해하던
                                                                    서울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감염을 피하려고 애썼다. 알랭이 서울에 도착한
                                                                    것은 그 즈음이다. 공포는 도시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
                                                                    는 것만으로 과연 신선한 공기를 되찾고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전염
                                                                    병은 온전한 현실인가 아니면 가상인가, 이는 과잉정보에 대한 중독일까 아니
                                                                    면 정부의 허위정보일 수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사소한 도시풍경의 일부
                                                                    에 불과할까. 하회마을 탈박물관이 수집할 최신 유행 혹은 마지막 소장품인가.
                                                                    알랭 빌롬의 메타포는 이러한 이야기를 갖고 수수께끼 속에서 배회한다.
                                   ⓒ 알랭 빌롬, 위/아래, 탈 혹은 지하왕국, 지하, 사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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