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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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상에 발표된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박헌영 동무에게




                     내가 붓을 들어서 동무에게 편지를 쓴 것은 1926년 상해에서 동무에게

                   암호 편지를 쓴 것 외에 이것이 처음인 것 같소. 내가 얼마나 동무를 존경
                   하고 또 과거 10여 년간 동무가 얼마나 영웅적 사업을 계속했는가 하는

                   것에 대한 혁명가로서의 순정의 발로는 아첨이라 생각할까 해서 한마디

                   도 쓰지 않겠고 동무의 꾸준한 건강과 건투를 빌 뿐이요.

                     내가 8·15 그날부터 오늘까지 인천에 틀어박혀서 당, 노조, 정치 등 모
                   든 문제에 있어서 입을 봉하고 오직 당부의 지시 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의 정열을 가지고 정성껏 해왔소.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 자

                   신을 위해서, 당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조선혁명을 위해서 가장 옳은 길

                   이고 옳은 태도라고 믿는 까닭이요. 그런데 오늘 붓을 들어서 무슨 문제
                   를 논의하고 우견(愚見)을 진술하게 된 것은 결코 이 태도가 달라져서 그

                   런 것이 아니오. 똑같은 태도와 똑같은 입장에서 오직 당을 사랑하고 동

                   무를 아끼는 마음으로 아니 쓸 수 없어서 쓰는 것이며 동시에 나 자신이

                   좋은 볼셰비키가 되는 유일한 방법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늘 바쁘실 동무니, 거두절미하고 요령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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