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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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돌아온 탕자  36.4x25.7cm  종이에 색연필, 아크릴  2020










                              2022. 12. 14 – 12. 27 장은선갤러리 (T.02-730-3533, 운니동)





         말 한 마디, 그림 한 장이 운명이더라
                                                        어머니가 듬뿍 담아주신 밥과 반찬들을 쟁반에 담아 마루 끝으로 종종걸음 쳤던 일
        이은자 초대전                                         은 일과였었다. 어느 날 늘 오셨던 할머니가 마루에 걸터앉아 손금을 봐준다며 고
                                                        사리손을 들여다보고 선생을 하겠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 선생을 하지 않으면 죽
                                                        는 줄 알고 사범대학 합격 때까지 공부만 하며, 지금까지도 평생 교직 이외의 길은
        글 : 이은자 작가노트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앙에 대한 갈등으로 교회에 나가는 것을 멈추고 뒤척거리고 있었는데, 여섯 살
                                                        짜리 작은아이 바오로가 옆에 엎드려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다. 십자
        70년대 여대생이 칠순에 되돌아보니, 말 한 마디와 그림 한 장이 운명이 된 것 같다.  가가 유난히 큰 교회를 먼저 그렸었다. 그리고는 노란 병아리가 두 다리를 쩍 벌
        6ㆍ25를 겪은 50년대 중후반, 가난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 밥 한 그릇은 바로 생명   려 성경책을 입에 물고 황급히 교회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토끼, 개
        자체였고 희망이었다. 5, 6세쯤 아침에 눈을 뜨면 목발을 짚거나 타지에서 온 장사  구리, 강아지, 나비, 제비, 꽃게, 개미 두 마리까지도 저마다 까만 성경책을 입에 물
        하신 분들이 줄지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고 몹시 서둘러대며 교회로 달려가고, 뛰어가고, 날아가고, 기어가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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