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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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곽분행락도병풍(민봉기)
해상군선도
민화를 차용, 응용한 을 선보여 당시 추상미술 일색의 화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윤범모는 “박생광은 전통적 민
화, 불화, 무화와 같은 형식을 원용하여 강렬한 원색으로 소재를 재구성하여 자시만의 독
특한 하면 효과를 창출했다”고 말하고 있다. 4)
유홍준은 “박생광의 작품은 강렬한 단청원
색丹靑原色을 구사하면서 도전적인 형상으로 밀어붙인 민화, 불화, 무화 등은 우리의 전
순수 작가들.Ⅳ 통 채색화가 가질 수 있는 힘의 아름다움이고 주술성의 또 다른 멋이다” 라고 말하였다. 5)
이상과 같이 박생광은 1981년 ‘백상화랑’에서 연 개인전에 민화, 불화, 무화 등을 차용한
다양한 대작의 채색화를 선보였다. 그가 1983년 작품 〈명성황후〉와 1984년 작품 〈전봉
준〉은 바로 일제에 대항하고 봉건적 신분질서에 항거하는 민족과 민중의식을 상징하는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이미지로 간주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난 현재에는 그의 바람대로 한국적 이미
지의 전통색과 형태 그리고 한국인의 소망, 꿈, 희망 등을 가장 적절하게 현대화시켰다
(3) 순수 작가들의 민화 차용 2기(1981〜1990) 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는 70년대와는 달리 특정 모티브나 화려한 채색, 평면성과 같은 조형의 자원을 이상과 같이 박생광은 1981년 ‘백상화랑’에서 연 개인전에 민화, 불화, 무화 등을 차용한
넘어 민중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간직한 토착문화로 퇴폐한 현대사회를 재생하려는 목적 다양한 대작의 채색화를 선보였다. 그가 1983년 작품 〈명성황후〉와 1984년 작품 〈전봉
이 분명했다. 1) 즉 1980년대는 대학가에 불어 닥친 민족주의와 민족문화 열품에 힘입어 민 준〉은 바로 일제에 대항하고 봉건적 신분질서에 항거하는 민족과 민중의식을 상징하는
족 주체적 세계관과 민중 주체적 역사의식을 내용으로 삼고, 전통적인 민화를 비롯한 민 이미지로 간주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난 현재에는 그의 바람대로 한국적 이미
예, 무속, 민요, 탈춤, 판소리 등에서 창작의 자양분을 찾았다. 2) 특히 민족 리얼리즘 계열의 지의 전통색과 형태 그리고 한국인의 소망, 꿈, 희망 등을 가장 적절하게 현대화시켰다
미술가들이 민화적 형식을 적극 차용하였다. 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민화, 무속, 탱화 등은 한국적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확보해나가는 큰 단서가 되면
서 당시 이슈가 되었던 민중미술과 맥을 같이하였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박생광, 오윤, 서 1)김미정〈한국 현대미술의 민화 차용〉《한국 민화의 과제와 나아갈 방향》p.97참조. 한국
정태, 이희중, 홍성담 등으로 이들은 이전의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이면서도 실험 민화학회. 2014.9.20.
적인 작품들을 쏟아내어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3) 2)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pp.238〜239참조.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4.
대표적으로 박생광朴生光(1904〜1985) 작가의 활동을 살펴보면, 그는 뒤늦게 민화에 내 서울
재한 이미지와 색채의 주술성에 주목하였으며 이를 불화나 무화巫畵 등 동일한 성격의 이 3)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p.29재인용.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4.
미지를 융합해서 한 화면에 접목시켰다. 그는 투박하고 강렬한 원색의 대비, 흑과 혼합된 서울 : 김현숙 〈박생광-아름답고 강한 그림〉《한국 현대미술가 100인》p.50. 사문난적.
색채의 덧칠로 무속, 무녀, 단청 등의 한국적 이미지를 생동감 넘치면서도 신비스럽게 그 2009.
려내었다. 다시 말해 박생광은 민족적 소재와 불교, 무속, 역사 인물화에 대한 관심과 탐 4) 윤범모 저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p.184. 현암사. 2005. 서울
구를 바탕으로 민화, 탱화, 단청 등에서 연유한 조형과 색채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 5) 유홍준 《정직한 관객》p.71참조. 도서출판 하고재. 1996.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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