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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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Connect-관계05  33.4×45.5cm  Mixed media  2019  Connect-관계07  40.9×53.0cm  Mixed media  2019



         성서(聖書)의 시각화(visualization)를 통한                 겼다. 이후로도 성서의 여러 장면은 유럽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재가 됐으
         진리담론                                           며 지금껏 르네상스기와 그 이전의 명화로 미술 애호가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서양화가 안 태 이                                      치과의사이자 화가이며 문필가의 이력을 가진 괴짜인생의 프레데릭 프랑크
                                                        는 저서 ‘열린 마음으로 보는 세상’에서 예술은 작가가 스스로를 예술이라는
                                                        관념에 갇혀서는 안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작가가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는 아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집을 버려야 한다고 하였다. 예술가, 작가는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사회의 일
                                                        원으로 자신을 포함한 사회구성원과 함께 일상을 하나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함께하는 현시대의 예술가, 예술품은 첨단의 기술력을 도구삼아 만들
        어린이와 같이 순진(純眞)한 마음을 간직한 형태를 동심(童心)이라 한다. 성      어 놓은 최고의 장식적 가시성을 가지고 자신의 것만을 고집한다. 그렇게 창
        장과정에서 자신의 동심을 되돌아보면 그 시절의 순수함을 누구나 느낄 것이        조된 예술품들은 아름답고 멋스럽고 신비스러운 장식이라는 유행성에 왜곡
        다. 동심은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성숙기에 있어서도 그 순수함을 간      되고 상품화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근원에서 벗어나 독창성을 망각하며 작가
        직해야 할 가치가 있다. 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선        들은 심연을 들춰내 있는 그대로를 밝히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 이다. 우리들의
        결코 쉽지만은 않은 많은 사회적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 이다. 사회적 장애물      심성 한가운데에 자리 하여야 할 미적 감상권리를 자극치 못하고 시간과 장소
        의 극복을 위해서 우리는 학습하고 나아가 종교적 의미의 자아를 성찰해 나        에 구애됨 없이 감동을 주어야 하는 소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간다. 미술사에서 종교적 의미의 자아세계는 종교화로 표현되어 졌으며 그러
        한 과정에서 순수함을 이어가는 심성(心性)의 심연(深淵)을 들여다보고 간직       창작 활동을 통하여 미적 감상권을 나누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종교예술가의
        하게 될 것 이다.                                      길은 심연을 들쳐 내어 주고 진리를 추구하기 위한 순례자와 같은 고달픈 길
                                                        을 가야할 것이다. 비잔틴제국과 르네상스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 까지 다양
        그리스도교의 종교화는 비잔틴제국 때의 도상(icon)과 모자이크에서 종교 회      한 방식으로 전이되어온 종교화의 담론이 곧 이러한 심성의 심연을 들추어 내
        화의 발원이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성당의 벽화와 각 종파들의 제단     주기 위한 작가들의 순례자, 선구자의 길을 가는 모습으로 나타났음이라 본다.
        화 등으로 구체적 회화 작품이 그려지며 발전해 나갔다. 시대를 넘어 르네상스      프레데릭 프랑크는 지적한다. 종교란 세계와 분자로서의 나를 합일하는 일로
        시대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으며 수많은 종교화의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고  프       보아야 하며 여기에서 예술작업은 종교적 자세인 만큼 대상과 나는 물아일여
        라안 젤리코, 보티첼리,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당 시    의 경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예술에 있어서 도가 지나친
        대의 거장들이 이 시기에 맹활약 하면서 세계의 미술사를 장식 하였다. 북유럽      시장성 원리에 심성을 자극하는 감상의 철학은 없어지고 거래의 좌판에 깔린
        르네상스에는 에이크 형제와 뒤러 등이 정밀한 종교화를 그렸고 니스파 화가        예술품은 심연의 근본을 잃는 것에 지향하며 그를 오히려 부추기는 경향이 있
        틴토레토, 에스파냐의 화가 그레코 등도 훌륭한 종교화가 로서 많은 작품을 남      는 것이다. 종교예술의 관념은 결국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것으로 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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