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전시가이드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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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stⅤ  Mixd media                           ContrastⅥ  Mixd media


                                                            서 나는 유난히  어려서부터 서화에 애착을 가지고 즐겼으며, 성장하면서 반
                                                            도화랑을 일주일에 한두번씩 들러 그림감상을 즐기면서 그림에 대한 안목을
                                                            갖추었고 , 60년대 초부터 인사동의 골동품 가게를 드나드는 것을 좋아했다.
                                                            내속에 내재된 이조시대의 완고한 사상과 현대문명이 가져다 준 충격과 영
                                                            감을 회화적 산물로 재생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몸부림치고 있다. 수많은 색
                                                            의 엉킴과 흐트러짐 유동 등이 자유롭게 지나면서 강한 시각적 충격과 흡인
                                                            력을 주고 있는데 나는 이를 통해 밝은 미래와 망가진 꿈들을 역설적으로 일
                                                            깨우려 노력중이다.

                                                            내 작품은 나의 삶의 내면적인 일기와도 같다. 살아오면서 느끼고 의욕하고
                                                            직관하고 생각한 삶의 총체적인 내면적 움직임을 일기 쓰듯 그려 넣는 것이
                                                            다. 그래서 나의 그림은 미리 계획하고 짜여진 틀 속에서 그려지는 것이 아니
                                                            라 그날의 내적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이며 자유롭게 그려진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의식이란 무의식의 바다에 뜬 작은 섬과 같은 것이
                                                            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인간의 심리에 있어서 무의식의 영역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지적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은 인간의 행위에 상당한 영향
                                                            을 끼치는 숨어 있는 심리의 근원적 영역인 것이다. 나의 그림은 의식적 계획
             2019 대한민국미술인의 날 본상 수상인 미술인상을 받고 축하의 자리에 선 성낙주 작가   의 결과라기 보다 오히려 내면의 에너지에 의거한 역동적 표현의 산물인 것이
                                            (아래쪽 왼쪽에서 세번째)  다. 그리는 과정 중에서도 순간 새롭게 긴장하게 만드는 예술충동에 따라 자
                                                            유롭게 화면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예술과 현실의 관계는 대립이 아니라 동
            많은 색의 엉킴과 흐트러짐 유동 등이 자유롭게 지나면서 강한 시각적 충격을       일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과거의 기억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닌 현재의 시간에
            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밝은 미래와 망가진 꿈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 잊혀진 과거의 흔적들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화면은 현실과 시간을 거슬
            미술과 함께 살아 온 세월 어언 60여 년 각박해져 가는 현대인의 삶에 희망      러 아득한 기억의 저편을 꿈꿀 뿐 아니라 과거와 현실이 한데 뒤섞이는 융합
            을 주고 싶은 작가는 그림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       의 형태로 나타난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기억들에 바탕을 두지만 시간의
            한 바람이라고 한다.                                     대화가 작업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상이라고 할 수있는 '국전'에서의 5회 입선과 함께, 특      시간의 대화 속에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환상과 실제, 추상과 구상, 시원상태
            선2회, 심사 2회, 미술대전 초대작가이며 2017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와 현실상태가 경계를 허물고 얽히게 된다. 단지 관념의 회상이 아닌 과거에
            가 주최한 문화예술인 시상식에서 영광의 '대상' 수상, 2018년 '아세아 미술대   묻어있는 삶의 흔적들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오늘날 나의 삶에 숨겨
            상 수상', 2019년 '문화예술인 대상' 및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본상' 등을 수상  져 있는 정서가 그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화면에서 나타나는 색조의 급
            하기도 한 작가는 2020년에도 작가로서의 작업은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격한 대비는 현실과 과거, 현상과 본질, 삶의 긴장을 관통하듯이 흐르고 있다.
                                                            가장 큰 특색은 강렬한 색의 대비를 통한 율동감의 강조이다. 시간의 흐름을
                                                            강력한 색조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비구상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세밀한 묘사
                                                            보다는 화면 전체를 휘감는 리듬감에 의해 세속적이고 타성적인 세계를 거부
            글 : 성낙주 작가노트
                                                            하는 것이다. 시간이 퇴적된 심층의 밑자리와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본연
            어려서부터 많은 서화를 수집하고 부친의 생신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글과 그        의 모습에 숨겨진 환상과 갈망이 주제가 되며 잊혀진 시간의 편린들을 되새김
            림을  받아서 병풍과 장첩을 만들기도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환경에      함으로써 모든 기억을 모든 이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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