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1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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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동 116x91. 장지에 수묵담채 구미정 130x162. 장지에 수묵담채
한국화가 고영일은 기운생동 함을 잃지 않고 충실함과 생동감 넘치는 필선으 추구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동양철학의 전이과정을 창작결과물로 감상자들
로 묵향의 독창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산수화는 자연을 생동하는 과 함께 향유하고 있다.
생명체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바위는 생명체의 기초를 이루는 골격과 같으
며, 물은 생명력을 공급해 주는 피로 화폭의 전신을 유영하며 흘러간다. 초목 수묵담채로 표현된 근작 ‘옥류동’은 우리의 산수화 진수를 감상할 수 있게 해
은 여백의 여유와 함께 사유하는 심성의 세계로 이어주며 계곡의 공간을 가로 준다. 운필에 있어서 측필(側筆)을 주로 사용한 부벽준법(斧劈皴法)을 통한
지나는 운무는 생명체의 긴 호흡을 통한 연결을 이야기 해 준다. 이 모든 것을 판석 계곡의 표현은 남성의 기개와 힘이 넘쳐나는 듯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경영위치에 따라 품고 있는 명산은 인간이 찾고자 하는 우주의 근본으로 사상 고원, 심원, 평원의 삼원법을 이용하여 도교의 주요 개념인 '기'를 보여주고 있
적 이데아(Idea)를 품고 있다. 한국화가 고영일은 자연을 소재로 다룬 산수화 는 작품으로 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크고 작은 판석들의 비정형적인 배치는 현
는 더욱 기운생동 해야 함과 동시에 동양철학의 사상과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대식 거비파(巨碑派) 산수의 맛을 보여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또한 계곡을
한다고 전언한다. 자연을 경이로운 존재로 보았으며 동양사상과 철학의 담론 흐르는 유연한 필선의 물 흐름과 정교한 필치로 표현된 나무들을 통해 화면의
속에 인간을 감싸주는, 그리고 인간이 몸을 의탁하여 살 수 있는 고마운 존재 긴장감을 해소 하여 준다. 골법용필의 안정된 선으로 대상 골격을 왜곡함 없이
로 진경산수를 표현하고 있다. 파악해 주고 있으며 응물상형을 통한 사실적 표현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한국
화의 인문학적 철학과 심성적 가치를 경험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동양화에는 동양특유의 사상과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양사상
을 외면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의 한 사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은 왕희지를 만나게 되고 회화를 공부하는 사람은 고개
람으로서 책임이 무겁다. 역시 진정으로 값지고 고귀한 것들은 세상에 잘 드 지를 철학으로 만나게 된다. 왕희지의 글씨는 신운이 넘치고 고개지의 인물화
러나지 않는법,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인내 하면서 물욕과 명 는 생기가 넘친다고 한다. 동진의 왕희지의 신운과 고개지의 생기는 서화작
예욕을 물리치려는 부단한 노력만이 가능한 것 이다.’ 품의 기운이 전해지는 이유이다. 이는 남제 때 화가이면서 회화이론가인 사혁
-한국화가 고영일 작업노트중- 이 제창한 육법의 기운생동임을 전술 하였다. 이 세 사람은 위진시대가 낳은
대표적 서화가들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새로움에 대한 변혁과 창작에 대한
현대 한국화의 흐름에서 채료(彩料)의 다양성에 따르는 작가들의 선택의 확 갈망은 채료의 변화와 함께 근본적인 사상의 맥을 이어가는 새로움의 창작과
장은 현대 회화 작가들이 시대의 변혁에 있어서 창작결과물의 다원적인 감 정통성의 사상적 계승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화가 고영일의 동양사상
상 폭을 넓혀 줄 수 있으며 이러한 확장성은 다각적인 창작활동에 있어서 필 과 철학의 근저에 한국화의 정통성의 맥을 잇는 노력은 한국화단의 한국화가
연적인 것으로 작가들 간에는 이미 그 경계가 유동적으로 교차되어 있다. 채 들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정통을 이으며 그러한 노력의 산물로 우리 한국
료에 대한 다양성과 선택의 확장성은 창작결과물의 다변화를 가져다주었지 화의 사상과 철학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고영일화백의 창작활동이 후대에 큰
만 정통성의 침해라는 이면도 존재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화풍의 정통성 발걸음으로 남게 되길 소망해 본다.
을 어느 정도 지켜나가고 계승해 나갈지를 결정하기에는 상당한 절제와 작업
의 치밀성을 고집하고자 하는 작가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국화 참고문헌----------------------------------------------
가 고영일은 정통 수묵담채의 작업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화가 가지는 채 홍익표(2020). 기운생동의 서화미학 자락길. 서울, 좋은땅.
료의 친밀성과 함께 수십 년간 다져온 필선의 세련됨으로 자신의 작업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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