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2021년 01월호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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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Persimmon flowerl 20x20cm Mixed media 2019


                                                        현대화단에서 문인화는 그 사상을 근원으로 하는 전통을 이어가는 정신의 행
         From nature, With nature
                                                        위가 흐트러 짐이 없다. 그러한 정신과 함께 현대화화와의 다양한 표현의 모
        문인화가  김 영 희                                     색은 현대 문인화가들이 경험하는 새로운 표현세계에 대한 연구 과정의 필
                                                        연이다. 문인화가 가지는 전통을 계승하고 재현활동을 통해 현대인들의 감
                                                        상 수준에 맞게 미적 감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 또한 의미 있는 과
                                                        정이다. 하지만, 문인화의 정통성을 이해하고 그를 기반으로 현대인들의 감상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의 폭을 넓혀 주는 새로운 시도와 방법의 연구 또한 그들이 가지고 가야할 가
                                                        치가 있을 것이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 개념은 일체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       문인화가 김영희는 전통의 문인화가 가지는 시, 서, 화의 3절에 대한 각각의
        이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옛 지식인들의 자유로운 정신에 기반 한다. 절       오랜 수련활동과 작품 발표를 해온 전통의 문인화가 이며 다양한 표현의 방법
        대 자유의 표상으로서 긴 역사 동안 동아시아의 문화예술 곳곳에 스며들어 생       과 여러 오브제를 화면에 콜라보 하는 현대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즉 전
        명력을 발휘한 소요유 정신은 회화 예술에서 와유(臥遊)로 드러난다. 누워서       통의 가치를 재현하는 작업과 새로운 창작의 시각화 작업을 하고 있는 현대문
        유람을 할 정도로 여유자작(餘裕自作)하는 자유로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하겠        인화가 이다. 시, 서의 기본을 더욱 깊이 알고자 서예가로, 또 문인화가로 오랜
        다. 우리 선조들의 대를 잇는 문인화 정신의 지향점은 소요유(逍遙遊)로부터       세월 활동을 하면서도 당시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배움과 표현에 대한
        와유(臥遊)를 통한 자유(自由)로움의 경지이다.                      작가 나름의 창작 환경을 만들고 도전하는 진취적인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
                                                        러한 과정들이 어찌 보면 얕은 테크닉만을 빠르게 익히고 스쳐가는 사파라고
        우리의 문인화는 시,서,화 3절 사상에서 비롯된 고도의 문화적 보편가치를 지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정파나 사파를 거론할 가치이기 이전에 화가로써의 김영
        향하는 사의적 의도에 의해 내면의 추상적인 사고체계가 부담 없는 주변의 필       희는 나름의 순수한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분들
        묵을 빌려 화폭에 시각적 형상으로 변환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작품에 작가        에게 가르침을 구했고, 그 스승들을 통해 여러 분야로부터 배운 지식은 새로
        의 개성적 목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 자표가 가리키는 보편가치의 층위가 담        운 작품에 대한 연구와 도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겨 있다. 통찰적이고 지성적인 가치가 감성적이고 미적인 가치와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마음먹은 대로 손을 움직이는 심수상응(心手相應)을 통한 예술행위        화가 김영희 작업의 모티브는 자연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는 극히 단순한 자연
        의 통로를 거쳐 가시적으로 번안된 전통을 잇는 소박하나 문인의 품위를 잃지       물에서 얻어지고 있다. 자연물을 모티브로하여 창작활동을 하는 많은 작가들
        않는 당시의 창작작품이다.                                  이 있기에 감상자들에게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자연의 소재들을 김영희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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