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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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컬럼


        미술대전(美術大展), 페스티벌로의 전환(轉換)을


        박종철 (미술평론, 칼럼니스트, KCAA대표)


                                                                   (良識)을 갖춘 미술인(美術人)이라면 필자와 같은 심정(心
                                                                   情)일 것이다. 미술대전의 관계자(關係者)들과 연관(聯關)
                                                                   되는 출품자들의 공모(共謀)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정행위
                                                                   (不正行爲)는 이 땅의 미술문화를 후퇴(後退)시킴은 물론,
                                                                   미술인을  지망(志望)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망감(絶望
                                                                   感)과 허무주의(虛無主義)만을 안겨줄 뿐이다.

                                                                   더 나아가 미술대전과 수상작가(受賞作家)에 대한 냉소(
                                                                   冷笑)와 미술계에 대한 불신(不信)만 만연(蔓延)될 것이다.
                                                                   여기에는 사제(師弟), 동문(同門), 가족관계(家族關係), 기
                                                                   타(其他) 지인(知人)등을 매개(媒介)로 하는 금품수수(金
                                                                   品授受), 이권(利權) 약속(約束), 가족과 지인 봐주기 등의
                                                                   실례(實例)가 도사리고 있다. 일면(一面), 진(眞), 선(善), 미
                                                                   (美)를 추구(追求)하고 나아가서 미술문화를 통한 지구촌(
                                                                   地球村)의 평화(平和)까지를 지향해야할 미술인들은 패권
                                                                   주의(覇權主義)와 잇속 차리기에서 하루발리 벗어나야 하
                                                                   며 통렬(痛烈)한 성찰(省察)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선의
                                                                   (善意)의 수상자(受賞者)들에게 피해(被害)와 곤혹감(困惑
                                                                   感)을 안겨서는 안된다. 이는 비단(非但), 미술대전뿐만 아
                                                                   니라 여타(餘他) 각종(各種) 미술공모전(美術公募展)도 예
                                                                   외(例外)는 아니다. 최근, MBC의 보도에 따르면 전통공
                                                                   예(傳統工藝) 분야(分野)의 공모전에서 모(某) 심사위원의
                                                                   가족과 제자, 집단수상사건(集團受賞事件)에 대해 김 작
                                                                   가의 아내, 딸, 아들, 3인과 제자들 중, 특선(特選)을 한 6명
                                                                   의 수상을 취소(取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 여러 유형(
                                                                   類型)의 공모전과 비리(非理)에 대해 한 제보자(提報者)는
                                                                   “이러한 비리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공공 연(公公然)한 비
                                                                   밀(秘密)이다”라고 말한다. 전, 심사위원  A씨는 “지금 생
                                                                   각하면 참 부끄럽고 난감(難堪)한 일이죠. 이렇게까지 심
                                                                   사를 해야 하나싶은...”. 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그나마 분
                                                                   별력(分別力)과 양심(良心)을 가진 심사위원 중, 모씨는 이
                                                                   러한 부정을 공개적(公開的)으로 비판(批判)하고 반발(反
                                                                   撥)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심사
                                                                   를 마쳤는데 집행부(執行部)에서 작품들을 자기들끼리 추
                                                                   가(追加)로 뽑아버렸으며 대상, 최우수상(最優秀賞) 등 작
        정주화 고해1(confession), 100x73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품순위(作品順位)도 사실상(事實上) 미리 정해져있었다”
                                                                   라고까지 말했다.

        필자(筆者)는 여러 차례 미술대전(美術大展)의 부정(不正)과 그로 인한 미술문화(美術文化)의 폐      이상의 인용문(引用文)들을 보고 유추(類推)해보면, 미술
        해(弊害)를 지적(指摘)하고 페스티벌로의 전환(轉換)을 주장(主張)해왔다. 10여 년 전쯤, 조선일    대전의 주최 측(主催側)인 조직위원(組織委員), 운영위원
        보(朝鮮日報)에 같은 맥락(脈絡)의 글을 기고(寄稿)한 적도 있었다. 당시(當時)의 여러 일간지(日    (運營委員), 심사위원(審査委員)의 구조(構造) 아래서 청
        刊紙)와 뉴스에도 미술대전의 부정과 문제점(問題點)이 발표(發表)되곤 했었다. 기억(記憶)나는       부(請負), 부탁(付託), 지시(指示), 묵계(默契) 등으로 비리
        당시의 J일보의 사설(社說)중에는 이런 문장(文章)도 있었다. “미술대전 출품작(出品作) 심사 시     와 부정이 행해진다고 볼 수 있다. 매회(每回), 미술대전을
        (審査時)에 어느 심사위원(審査委員)은 돋보기로 작품의 모서리에 있는 작가 싸인을 탐색(探索)       주최(主催), 주관(主管)하고 있는 사단법인(社團法人) 한
        하러 다니기도 한다” 또, 몇 년 전인가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도 있다. 필자의 지인 W씨는 미술대     국미술협회(韓國美術協會)는 지금까지 미술대전의 비리,
        전 심사위원의 위촉(委囑) 전화(電話)를 받고 예비(豫備) 모임의 약속장소(約束場所)로 갔다. 그     부정, 문제점 등을 개선(改善)하지 못한 과오(過誤)를 인
        곳에는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은 6~7인의 작가(作家)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이     정(認定)하고 과감(果敢)하게 새로운 개선책(改善策)을 강
        “이번 미술대전, 출품자(出品者)들 중, A씨에게 대상(大賞)을 줄까 합니다. 이점 이해(理解)하시고   구(講究)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現行) 미협(美協)의 체계
        협조(協助) 바랍니다.”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작가들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首肯)의 제스처를      (體系)로는 미술대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가 용이(容易)
        취했다 한다. 물론, 필자의 지인인 W씨는 즉시에 그곳을 나왔고 미술대전의 심사에 참여(參與)하      하지 않다. 미협 이사장선거(理事長選擧)에 따른 소요경
        지 않았다. 이것이 사실(事實)이라면 참으로 통탄(痛歎)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식     비(所要經費) 기부자(寄附者), 선거운동원(選擧運動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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