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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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Walking in the Clouds. 장지에 수묵, 안료 Ink , Color on Korean Paper. 60.6×72.7cm
Walking in the Clouds
the Clouds)하는 형상적 표현의 의무와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심성적 감상의
한국화가 박 소 영 여유를 제시하여 준다. 작가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자
반복되는 작은 원들을 모아 소우주를 묶고 이를 그룹화 하여 확대함으로 광활
한 대 우주의 천체를 화폭에 담는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원은 작은 셀의 근원
적 표현의 방식이다. 셀은 서로가 그룹화 되고 힘을 모아야 비로써 형상이 만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들어 지고 저마다의 기능을 가지며 생육되어진다. 작가는 그 셀의 생육을 위
해 자연의 이미지를 더하고 회화가 가지는 형상세계의 한계를 극복하며 도가
사상의 콜라보를 통한 무위자연의 이상세계를 거닐며 사색하게 인도해 준다.
도가사상은 우리의 모든 삶속의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여 자연을 거스르지 않 “나의 작업은 야외를 거닐면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우주에 대한 명상과 사색
고 순응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하는 속에서 인간의 자유스러운 본연의 삶을 을 담아낸다. 작품들은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도상적 상징을 내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는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정신세계의 독립이며, 사물 포하고 있는데, 사군자는 유교의 성리학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오늘
의 실상과 합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인 원만성을 가져야 함을 이야기 한다. 따 날에 와서는 사계절을 상징하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포
라서 무리해서 무엇을 인위적으로 의도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가 있는 자연 속 처럼 보이는 입자들로 구성된 대기(大氣)의 장(場)을 만들고, 구름처럼 보이는
에 순수함을 잃지 않고 즐기며 사는 삶 을 가치로 두어야 한다. 붓질과 함께 어른거리는 반투명한 필름처럼 보이는 대나무 잎들과 매화, 국화
노자와 장자가 말하는 도가사상은 사람의 시선에 그치는 작은 세계가 아닌 광 의 이미지를 겹쳐 놓거나 이외에도 자연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활한 우주의 본체를 일깨워 준다. 상상 이상으로 크고도 끝이 없는 무극(無極) 하였다. 시각적으로 구름의 풍경은 추상적인 입자 형태로 나타났다. 작품에
으로서의 모든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이 무극의 세계로부터 나온다고 말하고 서 원들은 공기의 움직임과 만질 수 없는 구름의 물방울들을 기본 요소로 하
있다. 즉 자연으로 돌아가 무위로 사는 것이 인간의 삶에 대한 현실을 일깨워 고 있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공간을 구름과 하늘로 그리고 그와 더불어 동양
주는 것이다. 즉, 그러한 삶 속에서의 무위자연이란 꾸밈이 없이 자연에서 모 의 성리학적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식물들을 자연의 은유적 상징으로 작품
든 사람들로 하여금 천지만물의 생성자인 도의 뜻을 체득하고 자연의 순리에 에 등장시켜 자연과 벗하여 소요유(逍遙遊)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상세계를 표현함이다. -2020년 박소영 작가노트-
한국화가 박소영은 한국화의 전통적인 채료(彩料)의 사용으로 표현되는 하나 한국화가 박소영의 회화는 근본적 진실의 도상의 이미지와 이상세계에 대한
하나의 원형 셀(cell)로 천체(天體) 공간을 부유하는 미상의 물체로 이미지화 사유의 시간 내지는 세월의 흐름을 묶는 레이어(Layer)의 결합과정이다. 근본
한다. 이 원형 셀들은 화면에 자유로이 구도화 하여 표현되는 연작을 통하여 의 진실과 사유함은 한곳에서 같이 왔으되 달리 이름이 붙여진다. 즉, 이 둘
산수를 노닐기도 하고(Strolling in the Nature) 구름 위를 산책(Walking in 은 같은 것으로부터 함께 나와 이름을 달리 한다. 노자는 차량자동출이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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