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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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주의 산수를 방하다-유어산수. 순지에 수묵. Ink on Korean Paper. 40X70Cm. 2019
此兩者同出而異名. 도덕경)이라 하여 양자는 묘(妙)의 오묘한 근본 진실과 요 어온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자연과 벗하는 경험을 확대 하고자 전통적인 산수
(徼)의 외변으로 말하는데 결국 그 둘은 같은 것에서 함께 나와 이름을 달리 화를 방(倣)하는 작업을 시도하여 전시 하였다. 방(倣)하는 작업은 동양 회화
하는바 시뮬라크르(Simulacre)처럼 레이어가 더 해질수록 같은 근본의 존재 가에서 전통적으로 그림을 학습해 오던 수련방법으로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
하지 않는 다른 사물로 표현된다. 작가는 하나의 화폭 안에 추상과 구상의 두 여 그 안에 담긴 뜻〔畫意〕를 찾아내며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표현하는 작업과
표현기법을 하나로 구성된 근본의 진실을 열고 추상의 기법으로 구름의 이 정이다. 즉, 옛 그림의 원본을 기능적으로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작자
미지를 이룬다. 구름을 이미지화 하는 붓질과 함께 구상의 표현으로 엷게 채 의 정신을 깨닫고 이해하여 작가 나름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재창조 하는 일련
색되는 사군자의 이미지를 겹쳐 놓거나 자연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 의 작업 형태이다. 이번 박소영초대개인전의 전시장 한편에는 명나라 심주(沈
여 근본적 형상의 작업과정 위에 사유의 세계를 거닐며 즐기는 레이어의 병 周)의 산수(山水)를 방(倣)해 본 작품이 전시되었다. 원화가 심주는 평생토록
합을 이루고 있다. 평온하게 살면서 벼슬을 하지 않고 학문과 예술을 즐겼던 인물이다. 그의 삶
의 태도는 산수그림에도 반영되어 보는 이들이 평온(平穩)함과 청담(淸淡)함
한국화가 박소영의 근본적 작업의 모티브는 현대 한국화의 원천을 이루는 우 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인물로 평된다.
리 문인화의 전통적 화목에 근원한다. 문인화는 대부분 먹을 사용하여 간략 (2020년. 박소영 개인전. 작가노트)
하게 그린 후에 엷은 채색을 하는 기법을 사용 하며 사물의 외형을 꼼꼼히 그
리기 보다는 마음속의 사상을 표현하는 사의(寫意)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 몇 천리나 되는 곤(鯤)이 몇 천리나 되는 붕(鵬)이 되어 떨쳐 일어나 구만리를
다. 작가는 전통 문인화의 화목 중 사군자의 도상적 이미지를 추상적 공간구 날아오르지는 못하여도 사소한 티끌로 가득한 현실과 치열하고 처절한 현대
성 위에 반투명의 채색농담으로 올려놓고 있다. 하나의 원형 셀이 그룹을 이 사회의 생존경쟁 속에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혼돈의 현실을 떠나 한국화가 박
루고 우주공간에 유희하는 듯 한 모습 속에 사군자의 도상적 이미지가 엷게 소영의 그림과 함께 구름 위를 거닐며 사색에 동참해 본다. 박소영개인전의
채색되어 같은 근본의 다른 사물로 레이어를 쌓아 표현된다. 작가는 창작 과 그림앞에서 무위자연을 되 뇌이며 잠시 일상에서 깨어나 전통산수를 노닐고
정에서의 자유로운 사색과 함께 자연 안에서 대우주를 산책하는 순간을 느끼 구름위를 산책 하다보면 이내 자연과 함께 심성이 치유되고 자연으로 돌아가
며 동양의 이상주의를 대표하는 소요유(逍遙遊)를 담론으로 한다. 구름 위를 무위로 사는 가치의 깨달음에 동의하게 된다. 한국화가 박소영이 Walking in
산책(Walking in the Clouds)하는 이상세계를 필선의 자유로움으로 상징화 the Clouds를 통해 감상자들과 사색을 향유하고자 하는 가치며 함께 치유해
하고 한국화의 정통성과 문인화의 정신을 이어 화폭에 사군자의 이미지를 교 나가는 과정으로 소중함이 더해진다.
차해 넣는다. 작가는 그 안에서 동양철학의 근원적 사상을 사색케 하여 회화
가 가지는 제한된 감상의 폭을 남명(하늘의 못-天池)의 넓이만큼 확대하는 창 "예술가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 작품이라는
작의 세계를 찾는 여정에 있다. 결과보다도 예술가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정신세계가 진정한 예술의 본질이
다."
서울 평창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박소영작가의 초대 개인전에는 그동안 이 -마르셀 뒤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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