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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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혁 컬럼
Aimé Morot (1850–1913) ”The Good Samaritan” 268.5×198cm
1880년 Petit Palais, Paris
착한 사마리아인의 인들을 바빌론으로 끌고 가서 노예로 부려먹은 과거가 있기에 이는 유대민족
수난사의 가장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이지요.
비유 그 후 바빌로니아가 페르시아에 의해 멸망되면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의
고향으로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고, 자신들을 고난 받은 이스라엘의 적통이라
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고향을 지켜왔던 사마리아인들을 이민
박광혁 (내과 전문의)
족처럼 여기며 극심한 차별과 가끔은 학살까지 단행했던 것입니다. 유대인들
은 자신들이 바빌론까지 끌려가서 고생하면서도 민족적 순수성을 지켰다고
강조하면서, 고향에 남아 앗시리아와 함께 들어온 이민족과 섞인 과거가 있는
-지난달에 이어- 사마리아인들을 배신자 취급하고 이민족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신약성서에는 4개의 복음서가 있는데, 이 중 마태복음, 마가복음과 누가복음 짚어본다면, 유대인들도 바빌론에 끌려가서 다른 민족들과 섞일 수 밖에 없었
은 동일한 시각으로 예수의 생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복음서를 고, 사마리아인들이 앗시리아에 점령 당해 이교도의 종교를 받아들인 경우가
공관복음 (synoptic gospels) 이라고 부릅니다.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 있는 몇 있다고 하더라도 사마리아인들은 그 정체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임스 티소의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그림입니다. 위에 나온 일화는 일반적 그러니 사실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Parable of the Good Samaritan)’ 라 일컬어
지는데, 누가복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마리아는 원래 고대이스라엘 시 물론 오래 분열되어 살다 보니 문화적으로 약간 달라진 부분도 있고, 같은 계
대에 유대인들과 같은 나라를 이루고 산 동족이었으나, 그 후 나라가 분열되 통의 종교를 믿지만 경전도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원류는 살아 있
어, 북이스라엘왕국은 나중에 앗시리아에 점령되고, 남유다왕국은 좀 더 시간 고,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을 종교적 이단으로 몰아붙일 근거는 어디에도 없
이 지난 후 바빌로니아에 점령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는 유대 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을 이렇게 멸시하는 것은 어떤 논리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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