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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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 162.1x130.3cm, Acrylic on Canvas, 2014 단청, 162.1x130.3cm, Acrylic on Canvas, 2012
그의 작업은 언제나 동적인 세계를 추구한다. 명상이나 정관의 세계가 아니라,
신명을 촉발하는 미적 감흥 또는 영적인 감응에 의해 일어나는 행위가 작업을 주도한다.
것이요, 거기에서 살아서 노래하며 기도하는 사람의 춤추는 환상을 보게 될 것 일찍부터 우리 민족의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소재인 단청, 불화, 무속화 등을
이다. 여기에서는 그림의 기법을 논할 필요가 없다. 슈르리얼리즘이니 포비즘 대상으로 우리 전통 색채인 오방색을 상용하며 작업해 온 그는 '박생광 선생
이니 하는 편의상의 명칭을 붙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될 뿐이다. 잠자고 있 님이 대상의 조합, 배치, 구성 등을 중요시했다면 나는 대상을 깨트려 선이나
던 아시아가 이중희의 혼(魂)을 통하여 눈떴다.'라고 언급하였다. 점 그 자체가 생명력을 지니도록 해 기운생동하는 동양적 세계를 표현하고 있
다.'고 말하면서, '마티스가 구사한 색의 패턴은 사실 제한적인데, 보색이 직접
또한 평론가 신항섭은 '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세계성을 찾아냈다. 더구나 그 부딪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름답고 강렬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신비로운
는 한국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신명을 작업의 행위성에 연결시킴으로써 민족 느낌, 영적인 느낌이 덜하다. 나는 단청이나 탱화, 무속을 접하면서 신비롭기
적인 생명감을 획득하는데 또한 성공하고 있다. 까지 한 색, 영혼을 흔드는 색을 얻었다. 한국적 색채이기도 하다.'라고 하며 오
방색에 대한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동적인 세계를 추구한다. 명상이나 정관의 세계가 아니
라, 신명을 촉발하는 미적 감흥 또는 영적인 감응에 의해 일어나는 행위가 작 거침없이 자유롭고 신명나게 휘두른 듯하지만 질서가 있고 조화가 담겨있는
업을 주도한다. 행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모더니즘의 소 활달한 붓 터치로 대상을 원과 선, 점 등으로 표현하며 화폭에 혼과 기를 불어
극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인 힘에 의탁하는 적 넣음으로써 영적인 신비로움을 발산케 한다. 단청 문양을 표현하는 기법도 정
극성은 현대라는 시대감각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또한 자신의 작업을 세상 형성을 파괴해서 단청 문양을 모두 뭉개버린 듯하지만 오히려 단청의 원형이
의 중심으로 보려는 개인적인 가치관 및 세계관의 소산일 수 있다. 시류에 상 더 또렷하게 남게 되는 것은 그 무슨 조화(造化)인가? 그래서인지 오방색이 신
관없이 언제나 일관된 조형세계를 전개해온 그의 작업은 시제를 초월하는 곳 명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활화산의 붉은 용암이 하늘을 향해 맹렬히 치솟는 듯
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지상주의자이다.'라고 말했다. 하면서 강렬한 기운과 힘의 필무(筆舞)가 가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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