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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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홀저, 환경액침 빔프로젝터 대형문자, 1989, Dia 미술재단,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ADAGP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록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조형미술 생태계에 작가 고유의 ‘개인 브랜드’를 정통 계보에 올림으로써
시장 경쟁력 및 인지도의 확장여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동반한다.
이러한 요청은 자서전적 요소를 가장 적게 지니고 있다. 그 누구도 그녀 자신 섹스, 테러, 살인, 사회적(인종, 계급, 성) 불평등, 공포, 탐욕, 자본주의, 인간본
이 해야 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을 말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실패 성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시대가 가장 숨기고 싶어하거나 불편하게 여기는
한 적이 있다. 1987년 서부독일방송국이 뮌스터 전시회에 맞춰 광고를 내보 치부를 일관성 있게 표출한다.
내려는 그녀의 의도를 거부했다. 이 방송규정상 상업적 용도의 광고만이 허락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제니 홀저는 힘있는 자들의 제니 홀저는 미국 출신으로 파리, 베니스, 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도시에서
언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도 자신의 작품으로 예술적 활동하는 작가로써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ADAGP 글로벌저작권자】라는 점
인 권한 요구를 개진한다는 데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한다. 자신이 작업하는 매 에서, ‘시장 경쟁력’이 보장된 작가이다.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
개체가 사람들에게 암시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경험에서 알고 있기 때문 사이트에 게재된 등록 페이지에서 주지할 수 있듯이, 한국과 같이 아직은 <재
이다. 제니 홀저는 공공장소에서 폭넓은 대중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는 판매권; 추급권>이 도입되지 않은 불리한 여건 임에서도 불구하고, 상대적으
이 별난 장난 속에서 새로운 매개체를 통한 독특한 예술 형태를 알아보는 이 로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견인해 낸 ADAGP 시스템의 전폭적인 수혜자
도 소수 있었을 것이다. 박물관 공간, 전시장, 화랑 같은 데서는 처음부터 의 라는 점에 주목하자. 게다가 미국인 특유의 경제개념이나 발상이 다른 작가들
심의 눈초리 없이 예술적 특성이 인정되었다. 주목할 점은 제니 홀저가 이러 에 비해 훨씬 탄력적이고 사고방식이 열려있는 관계로 매체를 통한 홍보 과정
한 공간에서는 다시 전통적 수단으로 선동하고, 저항하고, 외치고, 냉소적인 에서 적립된 <복제권 저작권료>가 <재 판매권 로열티>에 비해 소액이라는
그리고 시적인 메시지를 예술미의 미학으로 나타낸다는 데 있다. 이것은 예술 점을 역으로 이용해 아예 <복제권 및 기타 전송권>에 대한 권리를 최대한 축
을 이해하는 목표 집단에 맞춘 다른 종류의 위장술이다. 제니 홀저 작품의 간 적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아직도 【ADAGP 글로벌저작권자】시스템에 대
단하고 효과적인 특성과 종이와 같은 빈약한 재료의 사용법은 그 동안 감각을 한 작가 및 일반인들의 인식이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있는 국내 실정에 비춰볼
현혹시키는 화려함으로 돌변했다. 때, 시사하는 바 크다. 어차피 대다수의 관련전문가들조차 ‘코로나 이후’의 글
로벌 미술시장의 흐름이 ‘코로나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제니 홀저는 사회와 개인, 거대담론과 일상을 관통하는 텍스트를 활용한 예술 예측한다. 이런 마당에서 아무쪼록 뜻있는 우리 국내 미술인들 만이라도 제니
을 이른바 ‘시대의 명상록’으로 제시해왔다. 그녀의 텍스트에는 오롯이 인류가 홀저처럼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을 꾸준히 연마함으
창조한 뿌리 깊은 인간세상의 비극이 도사린다. 정치적 이슈, 전쟁, 권력, 학대, 로써 ‘시장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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