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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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신의 축복, 53X53cm, acrylic, 2022
2022. 2. 9 – 2. 26 장은선갤러리(T.02-730-3533, 운니동)
의 계열의 작업으로 간주하기 쉽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소재는 모두 현실 공
꿈과 사랑과 행복을 불러오는 모란과 잉어 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기에 재현적인 그림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잠시 후
에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모란 꽃잎 사이에 비단잉어가
성애리 초대전 유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현실에서 모란과 잉어는 전혀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 모란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비단잉어는 물속에서 산다. 이처럼 다
른 공간에 존재하는 소재가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한다.
글 : 신항섭 (미술평론가)
그런데도 첫눈에는 그 비정상적인 존재 방식이 얼른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자
사실적인 묘사를 중심으로 하는 재현적인 양식의 그림 가운데 비현실적인 상 연스럽게 느껴진다. 일단 화사한 모란의 모양에 시선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실
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현실주의라고 해야 합당할 만큼 비실제적 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 모란이 화면을 지배하는 가운데 꽃
인 조형공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소재가 잎 사이사이에는 비단잉어가 자유롭게 유영한다. 이 낯선 정경을 보면서 의당
존재하는 방식은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이다. 이런 작품의 경우 재현적인 그 의문이 먼저 생겨야 하거늘 그렇지 않다. 이 둘의 존재 방식이 너무도 자연스
림에 익숙한 눈에는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그림을 일치시키 럽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려는 데서 비롯된다. 생각해 보면 그림이라는 조형공간은 순전히 작가 자신만
의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세계일 따름이다. 다시 말해 그림이란 현실과는 유리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물속에 있어야 할 비단잉어가 태연히 모란 꽃잎 사이로
된 세계, 즉 작가가 꿈꾸는 조형적인 비전일 따름이다. 유영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다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순간 혼란에 빠진다. 자연
스러움을 가장한 모란과 비단잉어의 공존은 의표를 찌르는 조형의 반란임이
성애리의 조형세계가 그렇다.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묘사력이 뛰어난 사실주 분명하다. 이렇듯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싶은 조합이 지어내는 시각적인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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