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2022년 02월 전시가이드
P. 75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신의 축복, 53X45.5cm, acrylic, 2022



            름다움과 가벼운 충격은 비현실적인 공간개념에 대한 의문을 상쇄시킨다. 땅        묘한 조형의 마술인 셈이다.
            과 물이라는 이질적인 상황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형의 비결은 시각적인 아름
            다움에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감쪽같이 착각에 빠뜨리       배경에 들어오는 민화풍의 문양을 자세히 보면 마치 눈이 내린 듯싶은 부드러
            고도 태연한 모란과 잉어의 공존, 그 존재 방식이야말로 그가 찾아낸 형식미       운 질감의 물질로 덮여 있음을 알게 된다. 하얀색의 물질은 다름 아닌 섬유이
            의 요결이다. 즉, 서로 상치되는 이미지를 하나로 묶는 조형 개념은 시공을 초     다. 다시 말해 카펫을 깔아놓은 듯싶은 부드러운 섬유가 눈처럼 덮인 상황에
            월하는 조형의 묘술이다.                                   서 민화풍의 산수나 화조의 이미지가 음각 형태로 자리한다. 이 또한 놀라운
                                                            발상의 소산이다. 평면 공간에 카펫의 이미지가 들어옴으로써 물감에 의한 질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다. 궁중 회화에서 모란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감과는 전혀 다른 감각적인 조형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의 평면 회화가
            은 이와 같은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다. 잉어의 변종인 비단잉어 또한 부귀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영화 그리고 다산을 상징한다. 이 둘의 조합이 우연이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
            이다. 여기에다 민화풍의 산수 경치와 청화백자의 문양을 배치함으로써 색채        그림 속의 이미지에서 부드러운 감촉을 경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이미지는 짐짓 더 화려하다. 보색에 가까운 대비와 조화로 인해 청량감과 시       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이미지는 촉각이라는 감각기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각적인 즐거움이 배가한다. 더구나 청화백자의 문양이 모란과 잉어의 배경으        자 발상의 전환이다. 시각적인 이해에 그치지 않고 촉각을 이용할 수 있는 그
            로 도입되기도 한다. 청화백자에 있는 청색의 물고기 이미지가 비단잉어와 함       림이라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듯이 감촉을 유발하는 섬유질을
            께 하는 작품도 있다. 이러한 설정은 그의 조형적인 상상력과 창의력이 얼마       도입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지어내는 달콤한 꿈과
            나 기발한지 말해주는 부분이다. 청화백자의 문양이 현실로 나와 비단잉어처        사랑, 행복의 감정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유도하는 감정의
            럼 유영한다는 얘기다.                                    반응과는 또 다른 표현영역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그림 속의 물고기, 즉 쏘가리가 비단잉어와 더불어 존재한다는 논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물상과 엉뚱한 재료를 조합하는 그의 그림을 통
            리는 비약이자 비현실이고 초현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문제가 되기는        해 우리의 상상력은 확장되고 미적 감정은 풍부해진다. 그가 펼쳐놓은 비현실
            커녕 시각적인 즐거움을 배가시키는가 하면, 새로운 공간개념과 마주하는 놀        적인 조형공간에서는 그림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짐과 동시에 시각적인 쾌감
            라움을 준다. 조형이라는 창작의 공간에서 지어낼 수 있는 창의적인 상상력이       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상상력이 지어내는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이며 몽상가
            우리에게 또 다른 시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그 생생한 창작의 현장과 마주       적인 조형의 세계를 탐닉하는 즐거움에 빠져보자.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초현실의 세계라고 단정하기에도 애매한, 아주 교


                                                                                                       73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