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2019년전시가이드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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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부드러운 집_시간 속에서의 거주 330×220×150cm 라텍스 2006년
Installation <부드러운 집> 여 나가는 긴 시간의 공정은 결코 쉽지 않았던 고난의 10년을 치유하는 시간
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일상에 대한 은유로서 부드러운 집 속에서 내 삶의
김정연 작가 시간들에 대한 치유와 숨 고르기가 내 작품들을 꿰뚫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관객들이 작품 속을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라면 그 의도는 무엇인가.
이주연(경인교육대학교 교수)
관객들은 내 모습이 새겨진 3312장의 라텍스 천을 제치고 부드러운 집 안에
들어가 앉아 나만의 3312일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내가 나를 치유했듯이 관객
여러 번의 작품 활동을 지켜보았고 <2019 SEOUL ART EXPO>(2019.4.26.- 들도 자기 자신을 이 안에서 치유하는 시간을 갖기 원했다. <부드러운 집>을
4.28/코엑스) 전시에서 작가를 조우한 후 서울특별시 전시기획 공모당선작 작 제목으로 하는 다른 작품들은 일상에 대한 자전적 서사를 표상하듯 다양한 형
가로 선정되어 개최하게 된 <돈의문-풍경 속을 거닐다> 展에서 작가를 다시 태로서 개별성을 지니면서도 이들이 모여 또 하나의 거대 작품을 이루는 데
만나 작품에 대해 질문하였다. 반하여, 이 작품은 내가 살아온 시간들에 관객을 초대하여 함께 공감하고 공유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궁극적으로는 집의 의미나 형태가 무너져
평면, 입체, 설치 등 전시 형태에 따라 작품이 개별적이다. <부드러운 집>을 제 가는 현 세상에서 인간의 존재를 회복하고 서로를 보듬는 공간으로서 가족이
목으로 공유하는 작품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존재한다. 이 작품들 함께 살아가는 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기를 바랐다.
을 꿰뚫는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작가의 <부드러운 집> 시리즈 중 평면 작업들은 서로 다른 재질의 물질이 한
내 작품은 나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진행되었기 때문에 모두 내 삶의 이야 공간 안에 서로를 경계하는 듯 팽팽한 균형 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런 긴
기를 담고 있다. 20대 시절의 돌 조각에는 세상을 향한 열정에 넘치는 젊은 날 장감이 좋아 눈여겨 보아왔다. 이런 일련의 경향들과 다르게 위의 작품은 집
의 모습이, 30대 시절의 돌 조각에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느낀 나의 모든 것 을 구성하는 상징적 형태와 집의 의미,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간의 관계
이 담겨 있다. 재료나 전시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작품들은 내 몸과 마음으로 가 평면, 입체, 설치로 펼쳐지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작
기억되는 결과물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집은 내 작업에 어떤 형태로든 일 가는 말한다. “나에게 집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자라나
관되게 등장하는 소재로, 2-30대 시절의 돌 조각이나 최근의 브론즈 작업에 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치유의 집에서 세상을 치유하고 싶은 집으로 향하듯이.
도 등장한다. <부드러운 집>은 결혼 후 살아온 10년 세월의 집을 상징한다. < 작업의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치유의 힘을 관객과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작
부드러운 집-시간 속에서의 거주>는 3312일을 상징하는 3312장의 라텍스 천 가는 현재 내년 4월에 있을 거대 규모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나 자신에서
에 내 모습을 새긴 후 이를 서로 이어 붙인 것으로, 하나하나가 나 자신이자 내 가족으로, 다시 치유를 통한 세상과의 공생을 꿈꾸는 작가의 향후 행보가 기
몸이며 집이고 방이다. 강하지 않지만 찢어지지 않는 재질의 고무 라텍스를 붙 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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