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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산천재도>
산천재도 30.0×44.0cm 지본담채 겸재정선 작 개인소장
정선의 〈산천재도〉에 나타난 기법표현은 그의 다른 작품의 기법표현과 확연히 구별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크게 눈길을 끄는 것은 새처럼 부감시로 상상하여 화면을 꽉 채워 아주 크게 보여 지게 한 공간 구성력이다.
겸재정선의 〈청하성읍도〉 의 초가집과 밭 등의 경치를 향토성 짙게 그려냈다. 정선은 생전에 전국 명승
을 두루 섭렵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나, 〈산천재도〉의 제재와 같은 평범
한 논과 밭을 제재로 채택한 예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관심을 쏟
은 장소는 금강산과 관동팔경, 서울과 한강, 개성, 영남지방 등의 경치가 빼어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난 명승고적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경교명승첩》, 〈금강산도〉, 〈인왕제
색도 〉, 〈청풍계도〉, 〈박연폭도〉, 〈관동팔경도〉 등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장엄
한 산이나 강 그리고 아름다운 집과 소나무가 등장하는 풍경이었다. 이로써 보
정선의 〈산천재도山天齋圖(지본담채. 30×44cm. 1753년作). 김병희 소장〉는, 면, 정선의 〈산천재도〉는 이미 제재부터 색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재제(題材)’, ‘기법표현技法表現’, ‘화제(畫題)’, ‘서체(書體)’, 관서(款書)와 인장 게 된다. 물론 정선의 〈산천재도〉에 출연하고 있는 주된 제재인 산천재는 남
(印章) 등이 역사적, 문화사적, 미술사적으로 큰 의미와 가치가 있을 뿐만 아 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이 학문을 갈고 닦으면서 후학을 양성했던 은
니라 그 동안 부족했던 정선의 만년기의 상황과 화풍에 대한 연구에 큰 보탬 거지로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 중에 명소이다. 하지만 시골 어디를 가
이 되고 있다. 든 흔히 볼 수 있는 논과 밭이 있는 아주 평범한 풍경으로, 소박하고 서정적이
며 그래서 왠지 편안하고 정감이 넘쳐 그의 다른 대표작과는 크게 차별된다.
정선은 1753년 11월, 바람소리 은은히 들리는 밤중에 일어나 앉아 등불을 밝 정선의 〈산천재도〉에 나타난 기법표현 역시 그의 다른 작품의 기법표현과 확
히고 생각에 잠기다가 붓을 잡아 산천재 일대를 그렸다. 산천재 일대의 논과 연히 구별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크게 눈길을 끄는 것은 새처럼 부
논두렁, 대나무 울타리가 있는 집, 소나무와 버드나무 그리고 봉우리 가운데 감시로 상상하여 화면을 꽉 채워 아주 크게 보여 지게 한 공간 구성력이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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