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2019년08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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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작품 제작중인 타마라 드 렘피카
에스프리 누보 어서도 남다른 면을 보여 주었다. 렘피카는‘신여성의 대명사’이자 ‘시대의 아이
콘’으로 인구에 회자 되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후 근대화가 본격화되던 시기
새로운 정신 의 변화된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효과적으로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녀는 여성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파괴하고 민감한 ‘젠더’에 대한 주제를 매혹적
이고 관능적으로 풀어내며 특유의 솔직성과 대담성을 바탕으로 당대 예술계
글 : 김구현(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에 거대한 파문을 던지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팜므파탈’의 수식어가 떠오르는편
이다. 그녀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작품들은 차 세대의 유명 아티스트 마돈나를
비롯해 명품 브랜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칼 라거펠드와 ≪루이뷔
1997년 4월 한국의 코스메틱브랜드가 프랑스 향수시장에서 역대 급 사고를 친 통≫의 마크 제이콥스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도 엄청난 영감과 영
다. 설립된 지 반세기 남짓. 현지 시장 진입 후 거듭된 실패 끝에 출시된 무명의 향력을 제공하였다. 전통을 거부하고 진보적인 여성상을 화폭에 제시하며 보
브랜드가 8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1%로 프랑스 향수시장 10위권에 진입한 사 수적인 미술계에 여성 화가로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던 그녀는, 모리스드니에
건이다. 세계 27위에 역사도 미천한 한국의 화장품 회사가 화장품의 글로벌 명 게<종합적 큐비즘>을 사사했고 앙드레로트로부터는<부드럽고 유려한 큐비
품들이 즐비해 새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는 고급 향수 시장 프랑스 즘>을 전수 받았으며 당대의 트렌드였던<아르데코> 양식을 수용함으로써 고
에서 여성적이고 환상적인 향과 용기 디자인을 내세운 브랜드 명칭은 바로『롤 유의 독창적인 화풍을 남겼다. 특히, ≪살롱 도톤느≫와 ≪살롱 데 앙데팡당≫
리타렘피카』였다. 프랑스인이 이끄는 프랑스식 회사를 만들어 프랑스식 향수 등과 같은 전위적인 파리 살롱 전시회에 출품하여 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
를 팔아 프랑스 시장을 삼켜버린 것이다. 그 누구도 유명향수 『롤리타렘피카』 였다. 그녀의 당찬 여성성은 이미14세에 키가 크고 거무스레한 피부의 잘 생긴
를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보낸<트로이의 변호사인 테디우즈렘피키와 사랑에 빠졌고 1916년에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목마>로 보지 않았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그녀만의 개성은 다음과 같은 생전의 유
명한 어록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수백 개의 그림들 중에 내 그림은 금방 알
여기서 잠시 이 유명 브랜드를 탄생시킨 인물들의 배경을 살펴본다. ‘롤리타’ 아볼 것이다.나는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다. 색을 가
는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도발적인 여주인공. 볍고도 밝게 쓰며, 모델 내면의 우아함을 표현한다. "그녀의 대표작이라 내세
그러나 정작 대히트를 야기시킨 롤 모델 ‘렘피카’는 폴란드 태생의 여류화가였 워도 손색이 없는 『이탈리아 명차 녹색 부가티에 탄 자화상』에서 묘사된 도발
다. 타마라 드 렘피카는 본명이 타마라고르스카로써 한살 많은 오빠 스탠직 리 적인 붉은 입술과 오만할 정도로 당당한 눈빛과 머리에 쓴 아르데코 스타일의
와 아드리니아라는 여동생과 함께 프랑스 무역회사의 자문 변호사였던 부친 에르메스 스타일 헬멧과 같은 색상으로 목에 두른 스카프, 그리고 운전대를 잡
보리스고르스키 덕분에 풍족한 유년기를 보냈다. 당대 여성 가운데 특히 유행 고 있는 장갑낀 손에 클로즈업한 그녀의 얼굴은 근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도
에 민감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던 그녀는 사회적인 변화를 포착하는데 있 함과 냉소를 머금으면서관자에게 몽롱한 나르시즘을느끼게 해준다. 강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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