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전시가이드 2020년 03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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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좌) 앤 베로니카 얀센스와 마술 거울(옐로), 2015, 에스터 쉬퍼 갤러리, ⓒADAGP (우) 앤 베로니카 얀센스, 베타형변광성, 2014, 아트 바젤, ⓒADAGP
에스프리 누보 상실’을 실험하는 작가다. 『그린, 옐로, 핑크』는 드라이 아이스를 이용해 뿌연
대기 효과가 연출된 원형의 방이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안개는 그린에서
새로운 정신 옐로로 그리고 핑크로 시시각각 변한다. 이 방에 들어선 관객은 아주 짙은 안
개 속을 거니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미술 비평가 마이클 윌슨이 얀센스
의 작품을 ‘연옥에 갇힌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방엔 벽도 시계도 조
글 : 김구현(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명도 아무것도 없다. 코앞에 있는 사람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상대
방도 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작품 안에서 관객은 오로지 단독으로 존
재할 뿐이다. 이번 【커넥트 BTS】의 결정적인 특징은 방탄소년단이 직접적으
2020년 1월 15일, 영국 런던을 시발점으로 해서 현대미술과 BTS가 만났다. 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 전시에 방탄소년
이 글로벌 릴레이 프로젝트의 공식 타이틀은 【커넥트 BTS】이다. 전 세계 5개 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대형 디렉트와 방탄소년단은 산업과 산업, 장
국 22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장장 3개월에 걸쳐 펼쳐질 예정인데, 런던, 베 르와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콜라보를 은유적으로 표현해냈다고 한
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서울과 뉴욕 등지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다. 특히 서울 전시에서는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의 주제가 방탄소년단
개막되었고 현재 한국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 의 음악적 메시지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방탄소년단은 이
다. 특히 베를린에서 진행되었던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뮤지엄≫은 오픈과 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작가를 직접 선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앤 베
동시에 엄청난 관람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정기간 미술관 문을 닫을 정도였 로니카 얀센스는 빛과 색을 투사해 시각적인 억제와 이를 통해 ‘통제의 상실’
다고 한다. 이른바 지구촌 전체를 뒤흔든 ‘방탄 효과’의 대지진이 현대미술계 을 실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번 『그린, 옐로, 핑크』는 드라이 아이
에까지 파급된 사례로 평가된다. 스를 이용해 뿌연 대기 효과가 연출되는 원형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이는 방
탄소년단이 21일 발매하는 정규 4집인 『Map of the soul』의 분위기와 비슷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는 빛과 색채, 안개 등을 이용하는 영국 출신의 아 다. 이는『Map of the soul』의 엘범 전체를 구성하는 인트로 페르소나-인터루
티스트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설치 작품 『그린, 옐로, 핑크』가 전시 되어있다. 드 쉐도우-아웃트로 에고의 여정과 유사하다. 장르가 다를 뿐 두 아티스트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는 빛과 색을 투사해 시각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통제의 모두 이 곡의 노랫말 “내가 되고 싶은 나 / 사람들이 원하는 나 / 니가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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