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전시가이드 2020년 03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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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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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를 차용, 응용한                                     그는 민중의 삶에 내재된 해학과 소박성, 한과 신명, 그리고 응축된 생명력

                                                            을 표현하였다.
            순수 작가들.Ⅴ                                        이에 그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작품을 출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단순히 전통을 모방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현대성
                                                            과 더불어 현실주의의 덕목을 포용했다는 것에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그는
                                                            당대 민족 현실을 고민하는 예술 형식, 전통적 문화 형식 중에서 대다수 민중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의 삶에 기반을 둔 표현 형식을 일상적인 대중 예술의 언어로 끌어올렸다고 본
            이렇듯 박생광은 한국의 전통 회화나 건축에서 색채, 도상을 빌려 쓰는 한편,      다.  예컨대 오륜은 전라남도 구례의 화엄사 명부전(冥府殿)에 봉안된 시왕도(
            한국인의 신앙, 특히 샤먼니즘적 세계관을 환생시키고자 한 작가였다. 그는        十王圖)를 차용하여 소비 상품주의가 만연하고 외국 자본에 우리의 농촌이 몰
            샤머니즘의 색채, 이미지, 무당, 불교의 탱화, 절간의 단청, 이 모든 것들이 서   락하는 장면을 알기 쉬우면서도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김지하는 오윤의 작품
            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그대로 나의 종교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에 대해 ‘추의 미학’ 숭고와 괴기, 익살과 청승, 한과 흥, 이승과 저승의 융합이
            그는 무당의 형상과 부적 등을 비롯해 무속적인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시        었다고 말하였다. 오윤은 한 좌담에서 ‘민화의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
            각화했다. 민화를 차용한 박생광의 기념비적인 그림은 이후 민중 진영 뿐 아       기가 살아가는 것’ 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상투적 액자 미술’이 아니라 생활에
            니라 수묵화 위주의 한국화와 서양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뒤를       서 쓰임이 있는 비싸지 않은 서민 회화를 지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잇는 후배 작가로는 하인두가 대표적이지만 남관, 손동진, 김웅 그리고 홍정
            희 같은 작가들 또한 다분히 한국의 전통적인 도상과 한국적인 색채 감감, 두      1) 이영미술관 편 《박생광 탄생 100주년 기념 자료집》p.395참조. 이영미술관. 2004.
                                                                                     2)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드러진 질료성을 통해 영성적 분위기를 고양시키고자 했다. 이는 박생광과 직
                                                            p.32참조.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4. 서울
            접적인 연관이 있는 한국화 채색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황창배, 서정태,      3)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p.239참조.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4. 서울
            김은진 등의 경우가 그렇다.                                 4) 윤범모 저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p.108참조. (주)현암사. 2005. 서울
            오윤(1946〜1986)은 민화에서 민중적 정서와 해학 등을 읽어내고 그것을 민    5)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p.239참조.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4. 서울
            중미술에 맞게 형상화 해냈다. 즉 그는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답게 민화        6) 김미정〈한국 현대미술의 민화 차용〉《한국 민화의 과제와 나아갈 방향》
                                                            pp.98〜99참조. 한국민화학회. 2014.9.20.
            의 도상이나 색채 차용보다는 그 안에 깃든 민중성에 주목하였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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