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0년 03월호 이북
P. 32
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제천 신륵사 벽화1 제천 신륵사 벽화2
단청과 회화 - 흥왕 때 솔거가 그린 황룡사의 노송도는 벽에 그린 노송이 너무나도 실물에
가까워서 까마귀, 솔개, 제비, 참새 등이 날아와 부딪혀 떨어지곤 하였으나 오
단청은 회화인가? 래되고 색이 바래서 단청을 새로 한 다음부터 다시는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고 한다. 그러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황룡사가 현존하지 않다 보니 노송도의
자취를 찾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어서 매우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이 내용을
추론해 보면 단청이라는 용어는 분명히 회화을 의미하고 있으며, 새가 날아와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서 부딪힐 정도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솔거는 현대 회
화의 한 장르인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의 길을 가장 먼저 개척했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단청은 회화적인 측면 보다는 궁궐이나 사찰 등 목조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록된 단청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단청
건축물을 장식하는 공예 또는 디자인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공예나 디자인으 을 문자로 기록한 문서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협
로 보는 경향이 틀리다는 말은 아니고, 단청의 한쪽 부분만을 보고 전부인 것 의의 단청'이 아닌 포괄적인 단청, 즉 회화까지를 포함한 서(書), 회(繪), 화(畵)
으로 다르게 알고 있거나, 혹은 전체적인 면을 보지 않아 모르는 부분이 있기 를 총칭하는 '광의의 단청'을 말하는 것이다. 신라시대 이후에도 단청은 회화
때문일 것이다. 단청에는 회화로 표현한 벽화를 포함하는데 이를 간과해서 빚 를 포함한 광의의 단청을 의미했었을텐데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
어진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만 단청과 회화를 구분짓기 시작하면서 단청은 목조 건축물을 장식하는 공예
또는 디자인을 의미하는 협의의 단청으로 좁아지게 되었던 것 같다.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솔거(率居)조(주1)에 쓰여진 내용을 살펴보면 신라 진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