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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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강과 나의 이야기 90.9×60.6cm
2023. 6. 7 – 6. 13 갤러리이즈(T.02-736-6669, 인사동)
정경자 개인전 핀 꽃, 창문을 열면 살랑이던 솔바람. 나의 그림의 소재인 자연은 이렇게 곳곳
에서 30여년간 자기 빛을 내며 그렇게 나를 보듬어주고 있다.
글 : 정경자 작가노트 봄의 여린 새싹, 쨍 한 햇살아래 냇가에 발 담그는 여름, 바삭한 낙엽 밟는 가
을, 코 끝 시리게 차갑고도 하얀 겨울 이 모든 계절을 차곡차곡 그림에 담으
면서 또 내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기대하고 설렌다. 나는 늘 그 설렘으
언제나 그렇듯이 오디오를 켜며 캔버스 앞에 앉는다. 로 붓을 잡는다.
보채는 마음 없이 들숨 날숨 고르게 한번 두번 스무 번 언제나 고요할 수만은 없는 나의 마음, 그 복잡한 가닥들은 그림 작업으로 차
그렇게 여러 번의 붓질로 나의 숨결을 가다듬는다. 캔버스 위의 푸른 하늘에 분하게 정화한다. 따스한 봄 바람 같은 순간에도 메마르고 숨가쁘던 순간에도
구름이 뜨고 강가의 수초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나의 붓은 그렇게 차곡차 작업을 계속 이어온 35년의 호흡은 작품에 그대로 담겨있다.
곡 그들의 결을 쌓아 올린다.
지금까지 나의 작업과 그 호흡의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자연에게서 느끼고
이른 아침 차분한 바람 속에 몸을 낮추는 잡초를 보며 겸손하게 내 마음 낮추 배우며 묵묵히, 꾸준히 걸어온 시간들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나의 그 시
고, 노을 빛 여린 강 윤슬에 잔잔한 위로를 받는다. 좁은 벽 틈에 손톱만하게 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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