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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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One flower –Yong 116.7×90.9cm Acrylic on Canvas 2023 One flower-Life 112.1×162.2.0cm Acrylic on Canvas 2023
2023. 6. 14 – 6. 19 인사아트센터(T.02-736-1020, 인사동)
하나의 꽃 일정한 면적을 지닌 흰 선들이 흥미롭게 지나가고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수묵화의 선염기법이나 수채화처럼 다루는 작가는
이종태 개인전 우선 화면에 커다란 색채 덩어리를 자유롭게 풀어내서 원형에 가까운 형태
를 슬쩍 안기고 그 주변에 몇 가닥 선묘로 줄기나 잎 등을 흘리듯이 그려놓
았다. 원형의 형상과 배경 위로 급박하게 질주하는 듯한 선의 궤적이 또한 춤
을 춘다. 전체적으로 홍건하게 스며든 물감들이 색채추상처럼 번진 흔적 위
글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로 드로잉이 얹혀진 이 그림은 바탕에 침윤된 색채와 그 위로 떠도는 선들의
겹침 속에서 활기찬 기세를 보여준다. 구상과 추상이 혼재하고 색채와 선들
이종태의 근작은 커다란 꽃의 형상이 화면 중심부에 가득한 그림이다. 그것 이 결합하며 이미지와 질료가 공존하는 그림이다. 한 송이 꽃이 강렬하게 피
은 실재하는 꽃의 재현이나 묘사라기보다는 꽃을 연상시키는 상징이나 기호 어나는 어느 순간의 직관적인 포착이나 꽃의 존재감 내지 그것 하나로 품어
에 가깝다. 단순하고 편안하게 그려진 선들이 꽃의 도상을 문득 환기시켜 준 내는 무수한 경지를 암시하는 듯도 하다. 전적으로 화면 중심부에 자리 잡은
다. 추상적인 붓질과 색채의 더미 위에 선으로 가시화되는 꽃의 이미지는 익 모종의 꽃과 유사한 흔적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주변에 펼쳐진 선들의 약
숙하게 보아오던 그간의 관습적인 꽃 그림과 차이를 발생시키면서 자리하고 동을 감지시킨다.
있다. 꽃처럼 보이게 만드는 최소한의 암시적이 선들만이 공간에 흩어져 있
거나 원형으로 자리한 색채가 번져있고 그 주변으로 줄기와 잎사귀를 연상시 이번 꽃 그림은 이른바 ‘세계일화世界一花’ 내지 원융사상에 기인한다고 말
키는 흔적이 부유한다. 예리한 필선이 날카롭게 스치거나 테이프를 이용한, 한다. 모든 것은 어느 하나 독립되어 존재할 수 없고 모두 일(一)이면서 다(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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