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전시가이드 2023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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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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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ape(고린도전서). 116.8 x 90.9 cm.    You raise me up(데살로니가전.후서). 100x80.3cm.    로고스의 영광(요한복음). 162.2 x 130.3 cm.
                              Acrylic on canvas. 2020       Acrylic on canvas. 2022        Acrylic on canvas. 2020







            가이자 목회자인 박혜성은 고대 이스라엘 서기관들이 하나님 말씀인 ‘토라’        를 욕망하도록 지어진 존재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말처럼 “당신
            를 기록하듯, 파피루스가 된 캔버스 위에 로고스의 빛을 기록하는 ‘소페라 포      의 마음이 집착하고 신뢰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진정한 당신의 신이다”
            스’(Soperah Phos)가 되기를 바란다. 그에게 성경 필사는 진리를 깊이 묵상  고 말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궁극적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예배
            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적 훈련으로 인식된다.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방향이 잘못된 욕구의 예배는 큰 문제를 만
                                                            들어낸다. 소비로 마음의 공허를 달래거나 선물로 주어진 즐거움으로 쾌락을
            “참되고 선한 태초의 빛, 그 빛을 처음 만나게 해준 거룩한 책을 작품 속에 진    도모하는 일 등이 그러하다. 이럴 경우 어떤 가치관으로 사태를 가늠하는지
            실되고 순결하게 담아내고자 몸부림친다.-- 그 위에 추상적 형태로 건축되는       에 관한 선택범위가 점점 더 좁아지게 마련이다.
            영혼의 집들은 거친 듯 차분하게 자리매김을 한다. 마침내 그 빛은 밝음과 어
            둠, 따뜻함과 차가움, 보이는 것과 숨겨짐의 조화 속에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      박혜성의 작업은 습관이 영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깨알같이
            며 캔버스에 투영된다.”(작가노트)                             말씀을 새기는 시간을 작가는 “빛을 기록하는 그 순간”이라고 말하며 “거룩한
                                                            예배이고 평화의 날개짓”이라고 부른다. 문자를 넘어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
            성경은 구약과 신약을 합쳐 총 66권, 1,189장, 31,073절의 방대한 분량으로 이  을 마음 판에 새기는 순간이다. 진리의 빛을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자유와 기
            루어져 있어 이를 모두 필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몇 해 전부      쁨을 경험한 그로서는 성경이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덕의 반복이
            터 작가는 전권 필사를 목표로 그 작업을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그       그 사람의 성품을 형성하듯이 하나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행위가 쌓여 근원적
            가 작업한 범위는 구약  (레위기, 룻기, 에스더서, 시편, 전도서, 아가서, 요나  차원에서 그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런 정체성은 사랑의 대상을 정하고 재
            서)과 신약 (마가복음, 요한복음,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     정향함으로써 여타의 암묵적 지향성을 멀리하게 만든다.
            서, 빌립보서, 에베소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전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야고보서, 베드로전서, 베드로후서, 요한 1,2,3서, 유다서) 등을 망  필사된 그의 작업은 밝음과 어둠, 따뜻함과 차가움, 보이는 것과 숨겨짐의 조
            라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성경의 로고스를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아니다. 성      화 속에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며 다양한 빛으로 표상된다. 이런 형형색색의
            경의 텍스트를 ‘추상적 형태 혹은 완전히 해체된 한글’로 물감을 짜내며 필사      조형언어는 막연한 자의식이나 관념적 사고 또는 신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하는데 사전 설명이나 캡션을 참고하지 않으면 추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아닌 구체적으로 ‘기쁨’, ‘갈망’, ‘로고스의 영광’, ‘우리의 노래’, ‘자비’, ‘숨을 곳’,
            빠지게 된다. 해당 성경 파트에 따라 20회, 많게는 50회의 층으로 많은 글자    ‘새벽이슬’, ‘푸른 초장’, ‘감사’, ‘희년’, ‘중생’, ‘나의 치료자’, ‘잠잠히’ 등 분명한
            가 화면에 아로새겨져 있다.                                 주제에서 비롯되었다. 성경말씀의 주요 주제를 정리하여 표현한 것이다. 한
            우리가 이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작품제작 수법이다. 모필이나 만연필로 씌여       점 한 점마다 신, 구약 각 권의 키워드, 혹은 각 장의 핵심을 조형적으로 축약
            진 것이 아닌 직접 튜브를 짜서 씌여진 것으로 필기구보다 글쓰기가 어렵기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몇 배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면
            첫째 기본적으로 독특한 흘림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 초서처럼 빠       그림에 표현된 세계는 그림의 내용을 소상히 알려주지는 않는다. 성경의 중요
            르고 자유로운 동시에 유연함과 우아함을 지닌 필체이기 때문이리라. 이 지점       한 키워드를 추출해 묘출한데다가 추상적 조형으로 얼개지어 있어 각각의 작
            에서 우리는 왜 그처럼 고된 일을 감수하는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품 내역을 간파하기란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이 발견한 기쁨이
            제임스 K. A. 스미스는 『습관이 영성이다』 (You are what you love)는 책에서   그림을 보는 사람을 통해 널리 확산되고 분유될 것을 기대한다. 캔버스위에
            영성 형성에 미치는 습관의 힘을 고찰하였는데 우리가 제2의 천성인 덕을 습       새겨진 글자와 그 위에 겹쳐진 글자, 반짝이는 색과 색들의 조화와 대조, 거기
            관화하면 그것이 우리의 일부가 되어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자연    서 유출되는 환희와 갈망, 감사와 기쁨, 탄식과 구원의 노래가 화면을 빼곡히
            스러워진다고 말한다. 덕이 성품에 새겨져 그리스도의 선하심을 마음에 품게        수놓는다. 하나하나의 작품에 든 엄청난 시간과 묵상을 생각한다면 그 의미는
            된다는 이야기이다. 스미스의 주장을 박혜성의 작업에 적용하면 그의 글쓰기        우리의 예상을 초월한다. (‘고린도전서’는 36회, ‘레위기’는 50회나 겹쳐 썼다.)
            는 마음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생명의 말씀을 내면화하기 위한 영적인 훈        작가는 오늘도 화면에 영롱하는 빛의 조각들이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
            련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에게 비추어지기를 고대하며 작업을 한다. 그는 황폐한 곳에 생수가 흐르게
            작가는 말씀의 주인공을 본받고 그 분의 비전을 이해하게 만드는 실천에 몰        하고 춥고 얼어있는 곳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한 마음
            입함으로써 마음의 눈금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이야말로 복음의 전언이고 메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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