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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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white birch 193.5x193.5cm Acrylic on canvas 2017
구상과 추상의 Collaboration 속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자작나무의 한자 표기로는 화(華)로 쓴다. 결혼식을 화촉이라고 흔히 말하는
수채화가 김 종 원 데 옛날에 촛불이 없어서 유분이 많은 자작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을 대용
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서 조각재로 많이 쓰이는데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자작나무껍질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자랑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스러운 국보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져서 그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벌레가 먹거나 뒤틀리지 않고 현존하고 있다.
백두영산의 정기가 서려서 인지 많은 화가들이 자작나무의 신비함에 이끌려
우리의 영산 백두산을 해발 5~600m 이상 오르면 굵고 가는, 또는 아름드리나 저마다의 감성으로 모티브(motive)삼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화가 김종원
되는 백옥과 같이 하얀 자작나무들의 군집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작나무는 은 이러한 신비감에 매료되어 자작나무를 주제로 하여 수년간 연작 작업을 하
기다림이라는 뜻 말과 함께 영산의 온갖 나무 사이에서 순수함과 정열을 잃지 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표현 방법 중 화가 김종원은 사
않고 수많은 세월을 지켜낸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나무라고 할 수 실표현의 회화적 근간을 두고 추상표현의 사상적 창작활동을 복합적으로 하
있다. 이 수목은 20여미터의 길이로 성장하며 지리적으론 금강산 이북의 해 여 다원적 창작 표현을 하고 있다. 붓터치로부터 나오는 형상 표현의 기존 회
발 200∼2,100m에서 가장 최적화 되어 분포되는데 그 중에도 중심 분포지로 화적 틀을 벗어난 김종원만이 표현기법으로 활개 넘치는 채료(彩料)의 드리
는 높이 800여 미터 지역이 최적지라 연구 보고 되며 산복(山腹) 이하의 양지 핑과 나이프의 액션을 이용한 김종원만의 독창적인 표현기법으로 강인한 화
에서 군집을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기후 조건에선 추위에 강하나 충분한 햇 면의 구상이 완성되어 진다. 회화 표현과 추상표현의 복합적 구성은 채료의
빛을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이며 고랭지(高冷地) 수목으로 해변에서는 잘 드리핑을 통한 부드러움과 함께 나이프액션의 거칠은 질감의 표현이 양면의
자라지 못한다. 토양과 습도는 비교적 산소량이 많고 비옥도가 높은 토양으로 날이 선 도검처럼 상이의 영역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어 감사자들의 상상력을
습생지(濕生地)가 성생(成生)에 최적지로 알려졌다. 무한히 확대 해준다. 그의 화면에 조화 되는 다양한 기법으로 뿌리기, 번지기,
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이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서 이것으로 명함 긁어내고 찍어내는등 붓을 이용한 전통적인 회화 표현의 양식이 아닌 실험성
도 만들고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사랑의 글귀를 쓰기도 하는 낭만적인 나무다. 짙은 현대 회화기법의 다양하고 변화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감상케 해 준다.
그 껍질은 거의 기름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썩지 않으므로 신라시대의 고분 “김종원은 최근 자작나무에 매료되어 있다. 그 역시 자작나무 고유의 흰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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