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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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좌) 프랑스 ACTES SUD출판사 출간, 김창열 평전 겉표지 (우) 김창열, 물방울, 100 x 100cm, 1987, ⓒADAGP
정작 머리로는 현실을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그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파리 유네스코본부≫ 산하의 【ADAGP】에서는
작금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무감각한 시민 의식이나 무엇이 다를까? 사 명백하게 앞서 언급했던 【Copyright;복제권】과 더불어 [글로벌저작권자]에
실상 엄연히 따져보자면, 국내미술시장의 수요규모가 과도한 공급인력에 비 게 부여된 ‘쌍두 마차’ 격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ADAGP】에서 승인한
해 상대적으로 협소한 대표적인 원인이, 가장 민감한 사안인 ‘장기간의 불경 80개 【Resale Right;재판매권】가맹회원국의 작가들이 진입한 정식 조형미술
기’로 인해, 수요자체가 만성적인 태부족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조형미 품 ‘유통 경로’인 <화랑 및 경매시장>에서 판매할 경우에만 이 권리가 적용된
술생태계> 역시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구성 요소들간의 유기적인 이 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생계 형 작가’들이 포진해있는 <국내
해관계가 서로 얽히고 설킨 이상, 어느 누구도 결코 상기한 제반 의문점들에 조형미술생태계>가 세계미술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법’ 추
대해 속 시원한 해소 방책을 내놓을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선진 문화·예술 강 진을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국들조차 과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법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오늘
날과 같은 ‘안정적인 제도’를 정착시켰을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그 풀이를 위 b. 국내 작가들의 간헐적인 국제 미술시장 진출 경험 및 작품 판매 시 발견되
한 최선의 공식이 바로 【Resale Right;재판매권】임을 도출해 낸 것이다. 당연 는 일반적인 편견과 오류
히 이러한 ‘갈등 요인’들이 국내미술시장에 국한된 현안이 아닌 이상, 우리 < 지금까지는 <국내미술생태계>를 해부한 후, 진솔한 진단을 통해 발견한 ‘수
조형미술생태계> 곳곳에 분포된 매듭들을 풀기 위해서는, 일단 이 접근 공식 술 부위’와 ‘치료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그러므로, 만일 <국내미술생태
에 대입시켜 보자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여기서, 일단은 용어의 정의를 살 계>의 ‘위험 요소’들을 제대로 제거할 방법이 한계에 부딪히거나 더 이상 우
펴보고 넘어가자. 【Resale Right;재판매권】이란, 조형미술창작물이 시장에서 리 스스로의 수단만으로 찾아내기 어려울 경우, 결국 ‘외부’에서 해법을 도출
재판매 될 때마다 ‘저작권자’인 작가 혹은, 그의 사후 70년간 ‘상속권자’에게 매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 미술시장의 뜻있는 작가들은 오래 전부터 그 탈출
출액의 일정한 비율의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따라서 이러 구를 찾는 심정으로 <국제미술시장>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진출을 시도해왔
한 고유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작품이 유통되는 과정을 추적해서 소급한다 다. 그렇지만, 나름 1회성 작품 판매에 성공했더라도 성공적인 진입은 여러모
는 의미로 【추급권】이라 명칭 하기도 한다. 혹자는, 현재 80여개 국가만 제외 로 여의치 않았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일반적으로 성숙한 미술시장이 정착된
하고, UN산하 모든 국가에서 ‘입법화’ 과정을 거쳐 채택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외국의 ‘미술품 수집가(컬랙터)’들은 무턱대고 ‘작품성’만 보고 구매 욕구를 느
‘조형창작물’을 제작하는 작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저작권】의 개념과 전혀 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자국 미술시장 유통망에서 ‘믿고 구입’할 수 있을 정
다르다고 구분한다. 또한, 일정한 판매 금액을 초과하는 고가의 작품 판매에 도의 ‘인지도’가 없는 외국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작권】의 범주와 상관없는 별도의 권리로 취 단순한 ‘자선 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만 제외하고는. 이러한 ‘문화 차이’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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